[이슈분석]준비 부족한 규제비용총량제와 일괄적용된 목표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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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규제개혁은 신설규제와 기존규제로 구분해 추진된다. 신설규제는 총량을 관리할 계획으로 규제비용총량제 시행이 핵심이다. 기존규제는 등록규제(1만5269건) 중 경제규제(1만1000건)를 대상으로 연내 10%,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 20% 이상을 폐지한다는 목표다.

규제비용총량제는 말 그대로 규제 총량을 비용 차원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규제를 비용으로 산정해 새로 규제가 생기는 만큼 기존 규제를 없애 총량이 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7월 총 8개 부처가 시범사업에 참여했으며 내년부터는 모든 부처가 의무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짧은 시범사업 기간에 따른 준비 부족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부처는 공통적으로 전문성 없이 이뤄지는 규제비용 산정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각 부처는 규제비용을 직접 산정하거나 산하 연구기관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세밀한 기준 없이 두루뭉술한 가이드라인에 바탕을 두고 비용을 산정해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가 최종 검증을 수행해 오류를 줄이고 있지만 충분한 수준은 아니며 규제연구센터에 분석서를 제출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비용이 든다는 평가다.

관련 예산을 확보한 부처는 소수에 불과하다.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8개 부처 중에서도 절반가량만이 내년 예산을 배정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다른 연구개발(R&D) 예산을 활용해 관련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규제는 수치로 목표를 세워 완화한다. 하지만 부처별 특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고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규제개혁 목표를 경제부처 12%, 사회부처 8%로 일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적절한 규제 운영이 필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부처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모든 신설규제에 네거티브·일몰 원칙을 적용하고, 손톱 밑 가시 존치 이유를 3개월 내 소명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규제의 틀’을 전환한다는 목표다.

일몰제는 규제 신설 시 존속기간을 설정해 향후 규제가 계속 있어야 할 이유가 없을 때 자동으로 효력을 없애는 제도다. 정부는 신설규제는 물론이고 기존규제에도 일몰제를 적용한다. 연말까지 30%(4500건), 임기 내 50%(7500건)에 일몰제를 적용한다. 이 밖에 건의된 규제개선 과제 중 수용하지 않는 사안은 해당 부처가 3개월 내 규제의 존재 이유를 소명하도록 의무화했다.

업계는 정부가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현장 조사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평가 결과를 국민에게 지속 공개하고 성과를 부처·기관 평가에 적극 반영해 규제개혁 의지를 약화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규제개혁 의지는 약해지기 쉽다”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리해 정책이 흐지부지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