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 보조금 폭탄이 오히려 아이폰6 흥행에 발목을 잡았다.
이른바 ‘아이폰6 대란’ 이후 대규모 보조금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늘어나면서 일선 판매점에서 아이폰6를 찾는 고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4일 휴대폰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아이폰6 대란’ 이후 아이폰6 판매량이 대란 이전의 10% 수준으로 곤두박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성수동에서 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31일 정식 출시일에는 예약 판매자를 포함해 20여명, 대란이 터진 지난 주말에는 15명이 아이폰6를 구매했지만 대란 이후 3일에는 2명밖에 물건을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하루 평균 단말기 판매량이 6~7대 정도였다. 사정은 다른 매장도 마찬가지다. 홍대 인근 한 대리점 사장은 “대란 이후 매장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뚝 끊겼다”며 “정식 출시일과 대란 하루 장사하고 한 달을 날리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당초 예약판매가 성황을 이루면서 제2의 아이폰 전성기를 예고한 것과 완전히 상반된 결과다.
유통업계에선 예약판매에서 소비자가 대거 몰리면서 ‘아이폰5’가 국내 휴대폰 시장점유율 10%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으로 국산 단말기와 보조금 규모가 비슷해졌고, 5.5인치 대화면 아이폰6 플러스 출시 등도 호재로 꼽혔다. 여기에 통신사 간 ‘아이폰6 판촉전’이 가열되면서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통신사의 마케팅 경쟁으로 아이폰6 판매 시 유통점에 부여하는 판매장려금과 리베이트는 20만~3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지난 주말 전국을 발칵 뒤집은 ‘대란’ 때 리베이트가 최고 75만원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에 불과하지만 이전 모델 출시 당시와 비교하면 거의 배 이상 올랐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이폰5S 출시 당시 대리점 리베이트는 첫 주 9만원, 2주차 15만원 수준이었다”며 “대란은 차치하고 발매와 동시에 리베이트가 20만~30만원 수준으로 오른 것은 아이폰 출시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국산 단말기 한 대 팔면 30만원이 남는 상황에서 굳이 마진 적은 아이폰을 추천할 이유가 없었다”며 “현재는 국산폰과 아이폰6 리베이트가 똑같아 아이폰6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란 학습효과’로 소비자 다수가 다음 대란을 기다리며 지갑을 닫으면서 당초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보조금 폭탄이 되레 아이폰6 판매를 힘들게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이 대란 여파에서 얼마만큼 빠르게 벗어나느냐가 아이폰6 흥행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일선 유통망 리베이트 상향으로 점유율 두 자릿수 돌파가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장이 대란 충격을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 향후 판매에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