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G사이언스파크, 대기업 문화 탈피 계기 돼야

LG그룹이 23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LG사이언스파크’ 건설 첫삽을 떴다. 2020년 완공되는 LG사이언스파크에는 그룹 계열사 첨단 연구개발(R&D)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완공되면 전자·화학·통신·에너지·바이오 분야 연구인력 2만5000명이 일하는 거대 융복합 단지로 거듭난다.

1990년대까지도 논과 밭이었던 마곡지구가 기술과 산업간 경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성장을 이끌 미래첨단시설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대규모 시설인 만큼 시너지효과도 크다. 연간 고용창출 약 9만명, 생산유발 24조원의 경제효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LG는 전망했다.

경제활성화에 전력 투구하고 있는 정부도 LG사이언스파크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기공식에 참여할 정도다. 박 대통령은 LG사이언스파크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미래에 과감히 투자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도전정신을 잘 보여준다고 격려했다.

그러나 시설과 장비 못지 않게 중요한게 있다. 사이언스파크가 성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콘텐츠와 문화다. 기술과 산업의 융복합은 같은 공간에 몰아넣는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회사와 회사, 조직과 조직, 구성원과 구성원간 스스럼없이 교류하고 융복합이 이뤄지도록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이언스파크는 대기업 문화 대신 도전과 창업정신으로 채워진 공간이 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에서 상명하복과 소통부족의 대기업 문화는 이제 벗어던져야 할 과거 유물이다. 창의성이 무기인 시대에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대기업 문화는 걸림돌이 될 뿐이다. 개인의 개성을 용납할 수 없는 갑갑한 조직 문화 속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는 결코 나올 수 없다.

때문에 구본무 LG회장이 기공식에서 ‘서로의 지식을 모으고 녹여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열린 공간과 생각을 스스럼없이 나누는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한 것은 의미가 크다. LG사이언스파크가 대기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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