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환경산업 해외진출 ‘의리’에 기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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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얼마 전 ‘의리 신드롬’이 휩쓸었다. ‘~으리’로 끝나는 말투를 재미있게 패러디하는 이유도 있지만, 요즘처럼 의리를 찾아보기 힘든 세대에 오히려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것도 이유일 것이다.

이 같은 의리는 우리 정부와 중국의 외교 현장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사업을 하려면 먼저 친구가 돼야 한다(先做朋友,後做生意)”는 중국 속담을 인용해 연설을 했고, 올해 시진핑 중국 주석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는 “군자는 의(義)를 바탕으로 삼는다”는 내용으로 ‘의리론’에 화답했다. 바야흐로 의리의 시대다.

의(義)의 정신은 환경산업 해외진출 지원전략을 수립하는 기본 논리기도 하다. 특히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현지 사업 주체와 중장기적 신뢰 관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환경산업 해외진출 중장기 기본 계획’에 따라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09~2013년 우리 기업에 약 470억원을 지원해 총 1조8000억여원의 해외사업을 수주했다. 다양한 환경협력 사업을 수행하며 신흥국과 함께 환경 개선방안을 고민하고, 나라별 맞춤형 적정 기술을 함께 모색해 왔다. 이같이 해외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 형성과 수요자 중심 사업실적을 꾸준히 쌓아온 우리의 의리로 인해 국가 간 환경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해외에서 기울인 노력이 기업들에 의리로 되돌아온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알제리 수자원부와 협의를 통해 ‘알제리의 한강’으로 불리는 엘하라쉬강 복원 마스터플랜 수립을 지원했다. 그리고 이 마스터플랜에 근거해 2012년 6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엘하라쉬강 복원사업을 5850억원에 수주했다.

우리 정부가 알제리에서 보여준 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와 노력을 대상국에서 의리로 보답한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2012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마을상수도 설치사업을 진행해 이후 코오롱글로벌이 가나 와시 상수도 시설 공사(541억원)를 수주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해외 사업에서 의리는 위기 상황에서도 빛을 발한다. 한때 루마니아에선 한국 기업 평판이 좋지 않아 현지 비즈니스가 어려운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하·폐수 슬러지 처리기업인 한국워터테크놀로지는 루마니아 시장 가능성을 확신하며 정부에 문을 두드렸다. 이에 우리 정부는 기업의 국제공동사업을 지원하며 현지의 부정적인 기류를 극복하기로 결정했고, 함께 노력한 결과 현지 수처리기업에 장비를 납품하는 수주를 일궈냈다.

부정적인 현지 기류를 바꿀 수 있었던 힘은 현지 적합형 기술력뿐 아니라 상대방에 믿음을 주는 진실한 태도였다.

환경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환경시장은 약 9240억달러 규모며, 2020년까지 1조161억달러로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 환경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0.8%로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민관이 협력해 함께 나아가야 할 세계 시장은 아직도 넓다.

국가 간 환경 협력사업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수주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환경기술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나아가 환경보호과 경제발전의 상생 메시지를 세계 시장에 전파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환경산업에서 의리 문화를 꽃피우는 것이 우리 정부와 환경기업의 역할일 것이다.

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yjk@kei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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