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이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을 담보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갈수록 지식재산(IP)의 중요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전자신문은 특허청이 올해 하반기에 발표한 ‘산업별 IP경쟁력 제고방안 보고서’의 핵심내용을 10회에 걸쳐 게재한다. 보고서는 각 산업별 특허현황 분석을 토대로 우리 기업의 위치와 앞으로의 특허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기업의 해당 산업에서 특허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전력망에 ICT를 접목해 에너지 사용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인 ‘스마트그리드’가 차세대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 관련 특허 경쟁력은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나 대응력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가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15년간 국내 전력 수요는 연평균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 에너지원 확보라는 에너지 안보문제에서도 취약한 구조다.
◇강한 스마트그리드 특허 포트폴리오 만들어야
시장조사 업체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은 지난 2011년 289억달러에서 2017년 1252억달러로 연평균 약 28%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세계 스마트그리드 특허 시장은 스위스의 ABB, 미국 GE에너지, 독일의 지멘스에너지 3개사가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은 특허보유 건수에 비해 세계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으로, 강한 특허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세계시장 개척이 요원하다”고 전했다.
세부기술에 관한 특허보유 건수를 봐도 특허 기반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ABB·GE·지멘스는 송전망 고도화, 배전망 자동화, 정보통신기술통합, 광역 모니터링 및 제어 등을 포괄하는 특허 포트폴리오와 통합 솔루션을 갖춰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미국·중국·유럽에서 실시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실증·확산사업들은 대규모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스마트그리드 기술 전반에 대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지 않으면 세계시장 주요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다.
현재 미국, 독일, 스위스 등의 기업은 원격검침 인프라에 특화된 특허기술력으로 무장해 다국적 기업들과 당당하게 겨루고 있으며 전기차 충전 부문에서는 GE·GM·포드 등 미국 기업들의 R&D가 활발한 상황이다. 스마트미터 및 수요반응(DR) 등 틈새시장 공략과 전기차, 스마트가전 등 미래 산업 R&D 투자 흐름은 스마트그리드 세계 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내 업계, 국제표준특허 확보와 특허분쟁 대응력 확대 시급
표준특허 1건은 1년간 평균 35억원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창출 효과를 내고, 표준특허는 일반 상용특허보다 3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를 기반으로 표준화 및 특허 라이선싱이 활발한 기술은 모바일, 가전, 자동차, 스마트그리드 등 4개 분야다.
하지만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선언된 스마트그리드 표준특허 100건 중 우리나라는 연료전지 및 데이터링크 프로토콜 관련 4건의 표준특허만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그리드에서 상호운영성 확보를 위한 표준화가 국제적인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어, 표준화와 아울러 특허확보 전략을 병행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표준특허 창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그리드 시장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특허분쟁도 확산일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력선통신(PLC) 특허침해 문제가 불거져 스마트미터 보급 사업이 지연됐다. 스마트그리드 투자규모가 큰 미국도 2009년 실증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특허분쟁이 잇따르는데, 스마트미터 관련 통신 프로토콜뿐 아니라 전력 사용량 감소, 풍력 발전기 터빈 기술 등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들 특허괴물(NPEs)의 특허는 주로 IT에 관한 것이어서, ICT가 접목된 스마트그리드 산업도 ICT 특허분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의 스마트그리드 해외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도 스마트그리드 국내외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특허분쟁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중국·유럽을 중심으로 대규모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를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이들 주요국들에 비해 제한된 투자규모를 갖는 우리로서는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지혜를 모아야 하며 요금상계제, 동태적가격제 등 관련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강점인 ICT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문이 스마트그리드이고, 초고속 정보통신망에서도 그랬듯 협소하지만 집약된 국토가 스마트그리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내년부터 거점도시를 선정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국가 스마트그리드 확산과 함께 기술·특허·표준으로 무장해 세계 스마트그리드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