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6’, 샤오미 스마트폰 돌풍으로 대만과 일본이 수혜를 입고 있다. 대만은 애플의 주요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고 일본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후방 협력사가 포진한 덕택이다. 시장 포화, 기술 상향평준화에 따라 스마트폰 제조업계 구도가 재편되면서 지난 몇년간 호황을 누리던 국내 휴대폰 부품업계와 상대적으로 주춤하던 대만·일본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스마트폰 경쟁 구도가 동아시아 제조업 지형을 움직이는 형국이다.
AFP는 대만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아이폰6 인기로 9월 대만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2.7% 성장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달 대만 수출액은 433억달러(약 45조7118억원)로 집계됐고 이 중 정보·모바일기기 업종이 약 25%를 차지했다. 정보·모바일기기 분야 수출액은 16.3% 성장했다. 아이폰6를 조립하는 폭스콘 모회사 혼하이정밀 매출액도 지난달 22.95% 상승한 4154만1200대만달러(약 14조5353억원)를 기록했다. 페가트론 역시 1059만8800대만달러(약 3조7085억원)로 19.9% 증가했다.
스마트폰 조립업 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계도 순풍을 탔다. TSMC는 아이폰6에 적용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8’과 퀄컴이 공급하는 아이폰용 베이스밴드 외주생산 업체다. 지난 3분기 사상최대 실적(2091억대만달러, 약 7조3080억원)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샤오미·레노보·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 성장이 일본 부품산업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본 부품 산업은 무라타·TDK 등 세라믹 콘덴서나 인덕터(전류 변화량에 따라 전압을 유도하는 부품) 등 필수 부품 업체들이 견인하고 있다. 무라타는 캐패시터 1위 업체다. 다이기 타카야마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일본 협력업체들이 가격기준으로 중국 스마트폰 부품의 절반을 납품한다”고 설명했다.
ZTE 역시 일본 부품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루 치안하오 ZTE 핸드셋마케팅전략부문장은 “고사양 폰 디스플레이는 샤프로부터, 카메라모듈은 소니에서 공급받는다”고 말했다. 재팬디스플레이 역시 올해 중국 스마트폰용 매출이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상승한 1800억엔(약 1조7813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생산공정 자동화 기기도 수혜를 보고 있다.
엔화 환율도 일본 업체에 도움이 되고 있다. 엔저로 경쟁사가 몰려 있는 한국·중국에 비해 가격경쟁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3분기 삼성전기가 영업적자 537억원을 내 창사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기는 무라타·TDK 세라믹컨덴서, 소니 카메라모듈과 직접 경쟁하는 제품이 주력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