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류병일 소닉스 사장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대부분 제조업 관련 일을 했습니다. 일본 등 선진국의 뒤만 바라보다 최근 우리나라가 제조 강국으로 우뚝 서는 것도 두 눈으로 지켜봤죠. 이제 우리 제조업이 넘어야 할 종착점은 소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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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병일 소닉스 사장(57)은 제조업에서 소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자동차·정보기술(IT) 등 완제품 제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부품 국산화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제조업이 한 발 더 나아가는 데 발목을 잡는 분야가 바로 소재다.

류 사장은 국내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핵심 소재는 해외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은퇴를 준비하던 그가 늦은 나이에 사파이어 소재 가공회사 소닉스를 창업한 이유다.

소닉스는 초음파로 사파이어 소재를 가공하는 원천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종전까지 초음파 절단 기술은 보석에 구멍을 뚫는 등 제한된 영역에만 쓰였다. 소닉스는 이 기술을 발전시켜 사파이어 유리를 가공해 스마트폰 카메라 커버뿐만 아니라 전면 커버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처음에 초음파로 사파이어 소재를 가공한다고 하니 엔지니어들이 코웃음을 치더군요. 그러나 막상 우리 공장에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태도가 달라져요. 최근 사파이어 소재 수요가 늘면서 내년 물량까지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요. 투자도 순조로워 요즘 기분이 굉장히 좋아요.”

소닉스는 올해 초 창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화웨이에 스마트폰 카메라 커버용 사파이어 15만개를 공급했고, 연내에 지문인식모듈·스마트워치 커버용 사파이어를 고객사에 납품할 계획이다. 류 사장은 내년 150억~2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대했다.

기존에 사파이어 같은 고강도 소재를 가공하려면 다이아몬드 톱, 레이저, 샌드 블라스트, 워터젯 같은 방법을 썼다. 이들 방식은 소재에 흠집이 생기거나 폴리싱 등 후공정이 많아 가격이 비싸지는 단점이 있다. 사파이어는 재질이 단단하고 깨지거나 변형이 생기기 쉬워 가공하기 까다로운 소재로 유명하다.

소닉스가 개발한 가공 방식은 후가공이 적고, 생산 수율도 높아 사파이어 소재 상업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이아몬드 파우더를 사파이어 유리 위에 올린 후 초음파를 가하면 표면이 급속도로 마모되는 원리다.

“사파이어 웨이퍼 제조업체들이 발광다이오드(LED)에서 커버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사파이어 소재 관련 인프라는 부족합니다. 지금은 2인치 웨이퍼에서 주로 제품을 생산해 어려움이 많지만 향후 6인치 웨이퍼에서 생산한다면 사파이어 소재 상업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겁니다.” 사파이어 소재 가공기술의 미래를 쉼 없이 설명하는 류 사장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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