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중견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하반기 들어 반도체 기판 수요 증가 효과로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이후 PCB업체들은 스마트폰용 주기판(HDI) 수요 둔화 탓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했지만 최근 다시 상승세에 올라탔다. 중국 스마트폰에 쓰이는 멀티칩패키지(MCP)·플립칩(FC) 칩스케일패키지(CSP)뿐만 아니라 PC·서버 메모리용 기판(substrate)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PC·서버용 D램이 DDR3에서 DDR4로 본격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돼 PCB업체들의 수혜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덕전자·심텍 등 중견 PCB업체들이 3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턴 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대덕전자는 70억~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심텍은 3분기 5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 개선의 주역은 반도체 기판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성장 둔화로 상당수 PCB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반도체 기판 사업을 보유한 회사들은 다른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 국내 PCB업체들은 중국향 스마트폰에 쓰이는 반도체 기판과 PC·서버 메모리용 기판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덕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HDI 비중을 줄이고 메모리용 기판 사업에 회사 역량을 집중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FC CSP 생산에도 돌입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성장할수록 FC CSP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심텍도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에 쓰이는 MCP 생산 비중을 늘려 효과를 톡톡히 봤다. FC CSP 사업에서도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PCB업체들은 중국 영업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대다수 국내 부품업체들이 중국 영업에 골머리를 앓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질적인 공급 계약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진행해주기 때문에 중국 기업에 끌려 다닐 이유가 없다. 현재 삼성전자·애플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산 스마트폰에도 한국산 반도체 기판이 쓰이고 있다.
PC·서버용 D램이 DDR3에서 DDR4로 전환되는 것도 중견 PCB업체에 큰 기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들은 향후 3~4년 동안 DDR3 생산 비중을 줄이고 DDR4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 2008년 이후 메모리 업체들이 DDR2에서 DDR3로 D램 생산 비중을 조정하면서 국내 PCB 업체들이 수혜를 보기도 했다. 당시 대덕전자·심텍 등 PCB 업체들은 상장 업체 중에서도 수익성이 좋은 기업으로 꼽혔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부터 DDR4 전환이 본격화되고 2016년에는 DDR4 생산 비중이 DDR3를 넘어설 것”이라며 “PCB 업계에 2008년 같은 호황이 다시 한 번 불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