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업계는 가전제품 설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차단하고 제품이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하려면 제대로 된 교육과 훈련을 거친 전문가가 투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 가전제품 설치기사 등 전문자격증제도 도입을 일차적으로 꼽는다. 별도의 자격증이 없자 설치 과정에서 비전문가에 의뢰하면서 사고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자격증은 단순히 에어컨뿐만 아니라 TV·냉장고·세탁기 등 최근 대형화 및 복잡해지는 가전제품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실제로 주요 가전생산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자격증제도 또는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자체 설치기사를 확보하고 전문 교육과정으로 전문성을 갖춰 발생 가능한 사고를 막겠다는 취지다.
오수경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협회 PL센터장은 “빈번한 사고와 날로 복잡해지고 대형화되는 TV·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특징을 고려할 때 전문자격증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이들은 전문적인 설치 기술 습득과 함께 법률지식, 서비스마인드 등을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제도 도입이 제품의 단가 상승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지만 제조사들은 ‘사실이 아니다’는 반응이다. 이미 제품가격에는 설치비가 포함돼 있는 만큼 이전 설치 시에도 전문가가 설치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 요인이 없다는 설명이다.
모 가전업체 관계자는 “신뢰할 수 있는 유통체인과 업체를 이용한다면 설치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문제는 비전문가에게 설치를 맡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치기술자를 관리하는 설치 업체에 인증제 도입 필요성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처럼 이삿짐센터 등과 수수료 계약을 한 업체를 이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전문가가 설치하는 사례로 이어지고 소비자도 전문가인지 확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에는 전문자격증을 갖고 있는 설치기사를 일정 규모 이상 확보했는지와 함께 애프터서비스(AS)가 지속가능한 기업인지 평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영세한 가전제품 설치 업체가 적지 않아 설치 후 사고 발생 시 보상 능력이 떨어진다. 이는 고스란히 제조업체 부담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증마크로 가전제품의 품질을 인정하듯이 설치기업 인증제를 도입,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 설치 업체에 ‘손해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조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전제품 설치과실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배상을 위해서는 보험을 가입하도록 유도 및 관리가 요구된다.
소비자 인식전환 필요성도 나온다. 가전제품의 부적절한 설치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가 미리 전문 설치 인력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는 낙하 시 상당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세탁기 역시 습기가 많거나 통풍이 안 되는 곳에 설치했을 때 감전이나 화재 등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문어발식 배선을 한다거나 접지단자가 없는 멀티탭을 사용하는 사례 등 가정 내 안전사고 유발요소가 매우 많다고 지적한다.
오수경 PL센터장은 “가전제품 설치 사고를 막으려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업체보다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배상보험에 가입한 업체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 지자체, 소비자단체 등이 적극 협력해 캠페인 등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