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의 이번 분사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PC 및 프린터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 위한 정해진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PC 시장 최강자의 지위는 중국 레노버에 내준 상황에서 계속되는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책이라는 평가다. 당분간 조직 축소 등 분사에 따른 여파도 이어질 전망이다.
◇‘PC 최강자’ 밀려난 HP, 돈 되는 사업에 ‘선택과 집중’
HP는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분사 요구를 받아왔다. HP를 1위에서 밀어낸 레노버가 올해 IBM PC사업까지 인수하면서 HP 경영진의 위기감은 한층 커졌다.
이에 HP는 매출 감소세가 점차 두드러지고 있는 PC 사업부를 떼어낸 뒤 기업용 PC 서버와 네트워크, 데이터 스토리지 사업 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휘트먼 CEO는 HP의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등 차세대 네트워크 관련 서버 사업에 주목해 왔다.
또 빠르게 변하는 PC사업 환경을 HP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지적하며 “PC 시장 변화에 맞춰 재원을 재분배하고, PC부문에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 모든 형태의 컴퓨팅을 포괄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프린터 사업의 새 성장 엔진으로 3D 프린터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분사는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극복책과 궤를 같이 한다. 올 2월 일본 소니는 TV사업을 분사하고 PC사업을 매각했다. IBM은 올초 수익성 낮은 저가 서버 사업 부문‘x86 서버’를 중국 PC제조사 레노버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주에는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가 지급결제 자회사 페이팔을 분사한다고 발표했다.
◇HP 국내 상황은…‘감원 러시’
HP의 분사가 진행되면 한국HP 실적과 인적 구성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따르면 한국HP의 연간 매출은 1조원 규모로, 이 중 절반가량을 PC와 프린터 사업에서 거두고 있다. 분사 추진 시 당장 매출의 50%가 제외되는 셈이다.
국내 상황은 PC와 프린터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때문에 오히려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한국HP의 조직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HP의 전체 인력은 약 900여명. 이 중 PC와 프린터 사업부 임직원은 100명 미만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HP는 본사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100여명 감원을 목표로 하는 조기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데, 이번 PC·프린터 사업 부문 분사에 따른 인력까지 더해지면 약 200여명이 한 꺼번에 자리를 비우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HP 본사의 이번 분사 계획은 한국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HP 고위 관계자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본사와 아직 공유된 내용이 없다”며 “우리도 뉴스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