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살아난다. PC시대 박제공룡 취급받던 MS다. 애플과 구글에 가려 존재감 없던 MS다. 그런 MS가 살아난다. ‘애플-구글’로 집약된 세계 모바일시장의 현 2강 구도에 MS가 내민 카드는 ‘특허’다.
최근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특허분석 전문기업인 광개토연구소(대표 강민수)가 공동 제작한 IP노믹스(IPnomics) 보고서 ‘모바일 생태계 빅뱅 오나?’에 따르면, MS는 ‘모바일 IP 포트폴리오’와 ‘MS+노키아 연대’ 등을 발판으로 아시아시장을 공략, 본격적인 모바일 3강 시대를 연다는 전략이다.
◇준비된 강자
세계 모바일 운용체계(OS) 시장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양분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기준, 안드로이드와 iOS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78.8%와 15.5%다. 둘을 합치면 90%가 넘는다. 반면, MS의 모바일 OS인 ‘윈도폰’은 3.5%에 불과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MS는 ‘과거완료형’이 맞다. 하지만 반전 포인트는 ‘특허’(IP)에 있다. 최근 10년간 MS가 출원 또는 등록한 특허는 총 2만2851건. 구글(8173건)과 애플(8867건) 대비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그저 양만 많은 게 아니다. 상대적 기술 의존도를 가늠하는 ‘특허 인용 현황’을 보자. 애플과 구글이 MS의 특허를 인용한 건수는 각각 6458건과 4509건에 달한다. 반대로, MS가 애플과 구글의 특허를 인용한 건수는 각각 3512건과 2624건에 불과하다. MS 특허에 대한 이 두 회사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초강력 IP에, ‘노키아’까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MS의 저인망식 모바일 IP포트폴리오를 빠져 나갈 수 없다. MS는 지난 2010년 이후에만 30건의 IP라이선스 공급 계약을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체결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만 연간 20억달러다. 이는 MS의 윈도폰 사업 매출보다 5배가량 많은 액수다.
‘원격통신’ 관련 특허가 제일 많다. 그 다음으로는 △컴퓨터간 데이터 전송 △DB 및 파일관리 △다중화 통신 △컴퓨터그래픽 처리 및 디스플레이 시스템 △UI 관련 기술 △영상 분석 등이 주를 이룬다.
스마트폰 제조원가중 특허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MS가 IP라이선스를 무기로 제조업체들을 압박하면, 시장 판도는 한순간 흔들린다.
특히 MS는 최근 노키아 휴대폰 부문까지 인수해, 이 같은 시나리오에 개연성이 더욱 짙어졌다는 분석이다.
노키아의 휴대폰 관련 특허는 총 6443건이다. 이를 무기로 최근 노키아는 중국의 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료 20배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MS 역시 삼성전자와 대만 HTC, 모토로라, 반스앤드노블 등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IP공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과는 특허계약 위반 소송이 제기 중이다. 반스앤드노블과도 전자책 단말기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HTC는 MS의 공세에 굴복, 전체 수익의 23%를 로열티로 바치고 있다.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도 무선 및 영상 관련 표준특허 라이선스 계약 위반으로 총 1450만달러를 MS 측에 배상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타깃은 ‘아시아
MS는 중국과 한국에 각각 1만2264건과 7139건의 패밀리 특허를 출원해 놨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MS의 패밀리 특허 출원이 급증세다. 패밀리 특허란 자국 내 특허를 세계 여러 국가에 동시 출원·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01년 이후 MS의 대아시아 패밀리 특허 건수는 한·중·일 합계 총 3만2292건이다. 이 기간 유럽을 상대로 한 MS의 패밀리 특허는 1만4518건에 그쳤다. 그만큼 MS가 아시아 국가의 저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대비, 사전 포석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는 “광범위한 IP포트폴리오와 최근 인수한 노키아를 앞세운 MS발 초강력 특허 공세가 휘몰아칠 것”이라며 “향후 10년 내 MS는 애플을 제치고 구글 다음가는 ‘글로벌 모바일 3강 체제’를 새롭게 형성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