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정책 개정안을 놓고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딜레마에 빠졌다.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연말까지는 새 원칙을 확정해 시행할 계획이지만 기존 개정안에 대한 거센 반대여론 때문이다.
29일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공개의견 수렴기간 동안 FCC에 반대 의견 370만건이 접수됐다고 전했다. 이는 역대 미국 내에서 공개의견을 받았던 주제 중 최다 기록이었던 2004년 슈퍼볼 행사 당시 미국 가수 자넷 잭슨 노출 사건보다 두 배 많은 신기록이다.
톰 휠러 FCC 위원장은 올해 5월 통신망 사업자가 더 빠른 회선 제공을 놓고 콘텐츠 사업자들과 협상할 수 있도록 정책 시행안을 개정했다. 이는 모든 인터넷 트래픽을 동등하게 대한다는 개념인 ‘망 중립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약 100곳 이상의 인터넷 기업과 FCC 위원 5명 중 2명이 해당 개정안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FCC는 무작정 개정안을 강행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휠러 위원장은 최근 한 공개 석상에서 “광대역 인터넷을 전화와 같은 ‘보편 통신재’로 재분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인터넷 통신망을 공공재로 보고 누구나 차별없이 쓸 수 있게 하는 망 중립성을 고수하겠다는 의미로 개정안 취지와는 배치된다.
하지만 보편 통신재로 분류하는 문제도 간단치는 않다. FCC가 그동안 인터넷 서비스라는 신규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유지해온 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엎어야 하기 때문이다. 컴캐스트를 비롯해 막강한 로비력을 자랑하는 케이블 사업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톰 휠러 위원장의 과거 이력도 문제삼는 상황이다. 휠러 위원장은 지난 30년 동안 케이블 업계에서 로비스트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이에 그가 중립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고 케이블 업계의 목소리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업체인 엣지의 채드 디커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에 제안된 망 중립성안이 우리가 설립되던 무렵에 실행됐더라면 오늘날 우리가 이룬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얀시 스트리커 킥스타터 CEO 역시 “우리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리 같은 기업에겐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규칙”이라며 “이번 규칙이 혁신에 찬물을 끼얹을까 두렵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톰 휠러 위원장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며 “FCC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고도의 두뇌 게임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