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인간을 향한 문화기술(CT)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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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마다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일명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이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앞서 미국 실리콘밸리 3D프린팅기업 ‘낫임파서블랩’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믹 에블링은 루게릭병 환자 대상 ‘아이 라이터(Eye Writer)’를 개발해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바꿔놓으며 복지기술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인간을 향한 기술혁신이 하나의 문화가 되어 사회변화를 주도하고,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정립한 대표적 사례다.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글로벌 문화기술(CT) 전시회 ‘시그라프(SIGGRAPH) 2014’를 보고 인간을 향한 기술의 역할과 그 영향력에 새삼 감명 받았다. 이 행사 기조연설자로 나선 낫임파서블랩 공동창업자 엘리엇 코텍은 “기술 발전이 인류를 위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면서 현재의 기술이 한 사람을 돕는 것을 넘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전파할 수 있는지 그 잠재력을 부각시켰다.

그는 지난 2009년부터 루게릭병에 걸린 미국 그라피티 아티스트 템트 원(본명 토니 콴)이 눈동자 움직임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아이 라이터’를 개발해 컴퓨터상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과,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수단 내전에서 팔과 다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인공 팔과 손을 만들어 주는 낫임파서블랩의 프로젝트를 인간을 향한 미래 기술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시회에서 선보인 눈의 움직임 트래킹, 손의 미세한 압력변화 감지, 웨어러블 뇌파 측정 등을 이용한 미래 마우스 기술들의 융합은 단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넘어서 다양한 바이오 데이터를 사용한 감성데이터의 예술적 융합, 미디어 아트, 아이 아트(Eye art) 등의 작품으로 연구되고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여기에 최근 화두가 되는 3D프린팅 기술도 다양한 응용 산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장에선 3D프린터를 사용한 신체 조직, 특히 팔 재생기술의 응용사례는 그 숭고한 뜻과 시간 및 비용의 경제성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또 영화, 게임, 의료, 교육, 트레이닝 등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으며 가상현실 속에서 실시간 인터랙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이적이었다.

3D프린터 관련 기술은 기존의 제조업을 뒤흔드는 혁명적 기술로 평가받으며 선진 각국이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명확한 응용영역의 발굴이 선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도 높은 수준의 3D 모델링·콘텐츠 창출을 위한 기술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을 서둘러야 함을 절감했다.

기술에 문화를 입혔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문화가 기술을 만드는 시대가 왔다. 기업의 이익창출 도구로서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필요에 따라, 그리고 문화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기술이 피어나고 있다. 인류를 위한 기술의 개발, 이렇게 창출된 기술이 문화를 선도하며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 구조가 탄생되는 시점이다.

우리 정부 또한 이런 세계적 흐름에 발 맞춰 인간을 향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문화기술(CT)을 선도하는 대표 기관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분야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다양한 문화산업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궁극적으로 인간을 향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되기 위해선 우리 문화산업 현장의 수요를 능동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유기적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문화기술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며 관련 산업 및 기관과의 융합과 협력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인간을 향한 기술개발에 우리의 미래 먹을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장영철 경민대 교수(한국문화콘텐츠기술학회장) ctkorea20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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