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ESS용 배터리 입찰 `가격 경쟁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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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사업에 참여한 배터리 업계의 과열 경쟁이 극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차전지 가격의 30~40%가량 가격 인하가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시장 초기부터 배터리 업계가 제살 깎아먹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한국전력 ‘52㎿(출력용량)급 주파수조정(FR)용 ESS 구축사업’에 참여한 업계 배터리 공급 가격이 1㎿h당 업체별로 8억∼12억원에 공급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12억∼14억원 수준의 배터리 가격이 10억원 이하로 처음 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15억원을 웃돌았던 ESS(1㎿h급) 완제품을 11억∼12억원에도 구축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전 사업이 2017년까지 다년간 진행되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해 공급 마진이 거의 없는 수준에서 입찰에 참여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유일의 ESS 시장인 한전 FR용 ESS 사업은 올해 서안성(28㎿)·신용인(24㎿) 변전소에 각각 2개씩 총 4개의 초대형 ESS를 구축한다. 사업에 들어가는 배터리 계획 용량은 19㎿h이지만 실제 29㎿h의 배터리가 투입된다. FR용 ESS 특성을 고려해 업체 스스로 약 30%의 배터리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FR용 ESS는 일반 ESS와 달리 단시간 내 고출력 전력을 쏟아내기 때문에 높은 출력에도 버틸 수 있도록 오랜 수명과 충·방전 성능을 보장하기 위해 여유분을 둔 것이다. 결국 과다 경쟁으로 공급가격까지 떨어진데다, 실제 사업 계획보다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부담까지 가중된 셈이다.

초기 ESS 시장에 벌써부터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산 배터리의 기술경쟁력보다는 가격경쟁력이 크게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외 ESS 시장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 국내 유일의 시장인 한전 FR용 ESS사업이 첫해부터 과도하게 가격경쟁으로 치달았다”며 “시장 선점만을 위해 무리한 가격인하보다 이차전지 강대국답게 기술경쟁력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전은 올해 52㎿급 FR용 ESS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6250억원을 투입해 총 500㎿ 규모의 ESS를 구축한다. 이에 올해 약 60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업체와 전력변환장치(PCS) 업체 각각 3∼4곳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표】한국전력 전력주파수조정용 ESS 구축사업에 선정된 업체별 배터리 공급가격

한전 ESS용 배터리 입찰 `가격 경쟁 극심`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