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세 번째 진화…이번에는 `과학`

그래픽카드(GPU)가 세 번째 진화기를 맞았다. 기존 게임·영화 등에서 3차원(3D)이나 고화질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이어 최근에는 국방·항공우주 등 과학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향후 정보 처리량이 늘어날수록 GPU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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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항공우주·생물학 등 과학용 슈퍼컴퓨팅 영역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빠른 연산 처리 속도와 병렬 연산 구조 덕이다. 올해 세계 슈퍼컴퓨터 2위에 오른 미국 ‘타이탄’(사진)의 경우 GPU 코어가 2496개 들어간 그래픽카드가 총 18688개 적용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항공우주·생물학 등 기초·응용과학용 전자기기에서 GPU의 탑재량이 증가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로 접어들면서 처리해야하는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 PC, TV 등 컨슈머용 전자기기에서 주로 이미지 정보를 처리하는 데 그쳤던 GPU가 병렬 연산을 무기로 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GPU가 초기 단순 이미지 처리에서 3D 그래픽 구현 등을 거쳐 과학에까지 응용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고성능 컴퓨팅이 필요한 과학 분야에 있어 GPU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슈퍼컴퓨터다. 슈퍼컴퓨터는 주로 그래픽카드를 별도 탑재하는데, 많게는 1만8000여개 가량이 들어간다. 이 중 정작 이미지를 처리하는 데 쓰이는 그래픽카드는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데이터 처리에 쓰인다. 슈퍼컴퓨터 ‘타이탄’의 경우 GPU 코어가 2496개 들어간 그래픽카드가 총 18688개 적용됐다.

인도 국립전파천체물리학센터(NCRA)의 우주 전파 연구장비인 거대 통신 전파망원경(GMRT)에도 GPU가 쓰인다. 우주의 수소 구름이나 태양, 천체가 보내는 주파수를 받아 분석하는데, 이 과정에서 GPU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한다. GPU를 사용하기 전보다 분석 속도가 최대 33%가량 빠르다.

GPU는 1990년대 중반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각종 효과·표현 기법이 발전하기 시작해 등장했다. 초기에는 단순 이미지 정보를 처리하다가 2000년대 들어 3D·고화질 그래픽 구현에 주로 쓰였다.

부동소수점 연산 능력이 중앙처리장치(CPU)보다 뛰어나고 병렬 연산 체계라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효율성이 좋다. CPU는 직렬 연산 구조이기 때문에 논리 연산을 순차적으로 처리한 뒤 데이터를 전달한다. 반면 GPU는 여러 연산을 한꺼번에 계산해 옮긴다. CPU는 복잡한 논리를, GPU는 숫자·알고리즘을 처리할 때 각각 유리한 셈이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환경까지 본격 구축되면서 GPU의 주요 쓰임새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데이터 처리 속도가 강점으로 부각되면서 그래픽이 아닌 데이터도 GPU가 하게 됐다. 유전자 정보나 기상 데이터가 대표적이다. 향후 클라우드·서버 등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접어들면 GPU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김재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이미 슈퍼컴퓨팅에선 GPU·CPU를 사용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이종 컴퓨팅’이 대세로 자리잡았다”며 “향후 고성능 컴퓨팅에서 GPU의 중요성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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