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블랙아웃' 재현 면해
IPTV 3개사가 문화방송(MBC)과 막판 줄다리기 협상을 거듭한 끝에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모바일 IPTV 재송신 협상에 합의했다. 지난 브라질월드컵과 달리 500만명을 웃도는 모바일IPTV 가입자가 중계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는 ‘블랙아웃(송출중단)’을 가까스로 면했다.
하지만 IPTV는 재전송료를 내는 방식이 아닌 마케팅·프로모션 명목으로 지상파 콘텐츠 이용료를 우회 지원하기로 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기존 유료방송은 지상파에 직접 재송신료를 주는 것은 ‘수용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유료방송 업계와 지상파 방송의 분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IPTV 3사와 MBC는 지난 19일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실시간 중계권에 관한 모바일IPTV 재송신 대가 협상에 전격 합의했다. 전일까지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던 양측은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이 시작되기 불과 수시간 전에 의견을 조율을 마무리했다.
이상술 MBC 부장은 “푹TV 이사 자격으로 이번 협상에 참여했다”며 “푹TV가 MBC로부터 인천 아이아경기대회 중계권을 구매하고, 모바일IPTV 3사가 푹TV의 중계권 구매금액과 동일한 규모의 비용을 마케팅, 프로모션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IPTV 업계 관계자는 “MBC와 IPTV 3사가 당초 제시한 조건에서 많은 부분을 양보해 의견을 맞췄다”고 전했다.
방송 업계는 IPTV 3사와 MBC가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인천 아이사경기대회까지 모바일IPTV 블랙아웃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했을 것으로 풀이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IPTV에서)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블랙아웃되면 지상파 방송 채널은 하루 평균 4~5시간 동안 송출이 중단된다”며 “포털 등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중계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각사 모바일IPTV 앱 접속률은 물론이고 플랫폼 인 플랫폼(PIP) 형태로 탑재된 푹TV 접속률도 낮아 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IPTV 3개사는 MBC에 별도 모바일IPTV 재전송료를 지불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해왔다. 지상파 콘텐츠를 공급받는 대가로 이미 지상파 N스크린 서비스 푹TV에 약 250억원을 지불한 것을 감안하면 추가 금액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지난 브라질월드컵 당시 양측이 의견 조율에 실패하면서 사상 초유의 모바일IPTV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계기로 지상파 재전송 범위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 관심 행사 콘텐츠 재송신료 계약이라는 선례를 남겨 향후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협상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상파 방송은 브라질월드컵 당시 IPTV사업자가 소치올림픽 등 기존 스포츠 이벤트에 별도 대가를 지불한 사례를 강조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은 이번 사례를 근거로 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민 관심 행사에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할 것”이라며 “정부가 재송신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