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재밌어. 너도 해봐. 운전대를 조금만 기울이면 코너를 잘 돌 수 있어.”
서울 코엑스 이러닝 박람회장 내 리치앤타임 부스의 차량 시뮬레이터에 탑승했던 학생이 다른 친구에게 상기된 목소리로 운전에 관한 조언을 했다. 대형화면에 자동차 경주 트랙이 펼쳐지자 실제 자동차와 똑같이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가 만들어진 시뮬레이터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이어진 2014 이러닝 코리아에서는 가상훈련시스템을 활용한 교육업체들의 참가가 눈에 띄었다. 과거 군사훈련시스템에서 활용되던 가상훈련시스템이 기업간거래(B2B) 한계를 딛고, 첨단 제조업 기술 훈련이나 교육 부문 등에서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정책홍보관에 전시된 한국미디어테크의 우주항공기 시뮬레이터는 관람객의 발길을 잡았다. 3차원 입체영상이 나오는 초대형 화면에는 복잡한 계기판이 정교하게 떠올랐고, 특수안경과 햅틱 기술을 적용한 조종기로 실감나는 가상경험이 가능했다.
위두커뮤니케이션즈는 최신 게임분야에서만 활용될 것이라고 여겨졌던 헤드마운트형 디스플레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한 교육콘텐츠를 시연했다. 이 회사는 한국, 중국, 미국, 일본 4개국 초등학생 대상 수학 교육 콘텐츠를 기능성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다. 가상현실의 높은 몰입감을 활용해 청소년들이 마치 게임처럼 수학이나 과학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해외에서 가상훈련 시스템 시장은 제조·군사 등의 중장비 훈련 산업에서 출발해 의료, 스포츠·여가, 재난대응 산업까지 영역이 확대되면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선정한 향후 10∼20년간 세계경제의 혁신을 주도할 차세대 기술에는 첨단 자원탐사 기술, 지식노동의 자동화 기술 포함돼있다.
가상훈련시스템 시장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5년 601억달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해 2018년 88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13.47%에 이른다. 아직 국내기업은 협소한 시장과 기업의 재정한계 등으로 인해 해외 핵심기술을 도입해 자사 환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해 활용하는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가상·증강현실 엔진, 모델링 소프트웨어 등 핵심 요소기술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전문가는 대표적 융·복합 산업으로 손꼽히는 가상훈련시스템 기술을 국산화하고 사업화하기 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형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장은 “증강현실, 가상현실에 ‘키넥트’같은 모션캡쳐를 이용한 교육 솔루션 개발은 오래전부터 이뤄졌다”며 “가상훈련시스템 기술을 활용한 이트레이닝, 이러닝 기술을 중소기업에 잘 이전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기업 가상훈련시스템 개발 현황(출처: 한국이러닝산업협회)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