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이 보조금 지급이 필요 없는 저가폰 공급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자국 저가폰 위주의 공급 정책을 펼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고가폰 시장의 양대 산맥인 애플과 삼성전자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차이나모바일의 왕 샤오윈 기술담당 총경리는 지난 16일 대만에서 열린 통신 콘퍼런스에 참석해 “앞으로 대당 600위안(10만원)이 넘지 않는 4G 스마트폰을 금액 보전 없이 보급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전체 4G 단말기의 70%가 1000위안(17만원)이 안 되는 단말기로 구성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입자만 8억명인 차이나모바일은 이들 가운데 40%를 4G 사용자로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 의해 2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이 삭감, 저가폰 위주 공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차이나모바일은 현재 아이폰5S를 각종 약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5288위안에 팔고 있다. 월 388위안을 납부해야 하는 최고가 플랜은 88%가 보조금인 셈이다.
반면에 자국산 제품인 화웨이의 G620은 보조금 지원 없이도 무약정으로 1199위안이면 살 수 있다.
[뉴스해설]
왕 총경리가 대만 행사장에서 한 말 중에는 ‘자국산 스마트폰 공급 주력’이라는 표현은 없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가격 조건에 충족하는 4G 스마트폰은 중국산뿐이다. 다분히 애플과 삼성전자를 견제한 포석이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을 삭감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행 보조금 대부분이 미국과 한국 등 고가의 외산 스마트폰 구입용으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은 애플과 삼성 제품의 구입을 억제하면서도 국산품 사용을 장려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애플과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각각 10%와 18%다. 이들을 제외한 외산 제품은 1% 안팎의 점유율에 그친 HTC가 유일할 정도로 자국산 일색이다.
절반이 훌쩍 넘는 국산 점유율에도 중국 당국이 우려하는 부분은 ‘단가’다. 애플과 삼성 제품은 중국산 스마트폰 대비 보통 다섯 배가량 비싸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은 그레이마켓에서 프리미엄까지 붙어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상류층에 인기다.
중국 정부가 이통사를 통해 애플·삼성 제품의 시장 유통 자체를 직간접적으로 차단하려는 이유다.
애플과 삼성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애플은 판매가에 별 구애를 받지 않는 이른바 ‘충성 고객층’이 두텁기는 하지만 중국폰이 가격뿐만 아니라 성능까지 인정받는 상황이 된다면 여파가 불가피하다. 삼성 역시 가격 저항력이 약해 충성도 높은 고객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차이나모바일이 강력한 저가폰 공급 정책을 펼친다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저가폰 확산에 대응하는 판매 모델 다변화와 혁신적 기능을 앞세운 한발 빠른 선제적 전략이 요구된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국가별·브랜드별 점유율 현황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