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2-새로운 기회, 창조]의료, 융합에서 길을 찾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분야별 3D프린팅 기술 활용

#세계 최대 검색 업체인 구글은 이제 인터넷 외 신체를 들여볼 채비를 하고 있다. 인체의 유전자와 분자 정보를 수집, 건강한 신체 조건을 알아내기 위한 ‘베이스라인 스터디(Baseline Study)’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의학이나 게놈학 연구보다 훨씬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패턴이나 바이오마커(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표지자)를 발굴, 이를 토대로 암과 심장병 등 질병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안을 찾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구글은 생리학, 생화학, 분자생물학 등 전문가 70~100명으로 구성된 팀을 꾸렸고 175명을 시작으로, 앞으로 수천명의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hoto Image
SK텔레콤은 서울대학교병원과 헬스커넥트가 개발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헬스온`을 상용화했다. 이서비스는 ICT와 병원 의료서비스를 연계해 손목 시계형 단말기에서 운동량과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해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 가능하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의 융합이 거세다. 기술 발전으로 신체와 건강상태를 보다 세밀히 관찰하고 예방, 관리하는 방법들이 등장하면서 이런 융합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기업들과 각국 정부는 새로운 방식의 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의료는 대표적인 ICT융합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691개의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중 이동통신 사업자가 267개(39%)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다.

시장조사 기관인 BCC에 따르면 세계 ICT 융합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지난해 260조원에서 2015년 334조원으로 연평균 1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다른 조사 기관인 가트너는 헬스케어 및 피트니스 관련 웨어러블 기기 시장 또한 2013년 1조6320억원에서 2016년 5조1000억원 규모로 성장을 예상했다.

의료와 ICT 융합은 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이 깊다. 기대 수명이 증가하고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사후 치료’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해지면서 질 높은 삶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노령화에 따른 의료비가 문제다. 늘어나는 의료비는 가계와 공공에 큰 부담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자 1인당 진료비는 2007년 207만원이었지만 2010년 296만원, 2012년 307만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의료비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기 앞서 건강을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이 모색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들이 본격화된 것이 의료와 ICT의 융합이다.

실제로 유럽은 보건복지 증진을 위한 방안으로 이런 융합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모바일헬스 시장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경우, 유럽 지역은 2017년 990억 유로(약 142조원)의 헬스케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EU집행위는 정책수립을 위한 공공자문을 시행하고 있다. EU 보건담당 집행위원인 토니오 보르그는 지난 5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모바일 헬스는 시민들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케 하고 환자에게는 보다 나은 치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와 ICT 융합이 보건건강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이면서 IT융합 기술의 잠재력을 정조준한 기술 기업들이 의료시장에서 다음 먹거리를 찾고 있다.

애플은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개발자회의에서 헬스케어 플랫폼 ‘헬스킷’을 공개했다. 사용자의 건강 정보를 저장,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애플은 건강정보를 아이폰 내 취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병원 쪽과 연계시켜 의료진으로 하여금 건강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실제로 애플은 미국 유명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과의 제휴를 공개했으며 최근엔 보험사와의 협력도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건강관리 플랫폼 ‘삼성 디지털 헬스’를 공개하고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헬스케어 산업 주도권 잡기에 뛰어 들었다. 삼성은 모바일 헬스케어 뿐만 아니라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전문적인 의료기기 사업은 물론 바이오 사업에도 뛰어들어 의료 전반에 도전하고 있다.

후지필름, 니콘,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의 대표적인 기술 기업들도 의료 분야에 중점을 두겠다며 인수합병(M&A)을 선언하는 등 헬스케어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 각국도 헬스케어가 국가의 새로운 성장을 이끄는 산업으로 지목했다. 미국은 올해까지 전자건강기록(EHR) 시스템을 도입하고 유럽연합(EU)은 모바일 헬스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아베 일본 총리는 의료수출을 핵심 성장전략으로 제시하면서 2020년까지 이 부문 수출목표를 현재의 3배인 1조5000억엔으로 잡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발 뒤쳐져 있다. 의료와 ICT 융합의 기반이 되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영세기업이 다수를 차지, 투자에 한계가 있다. 생산액이 10억원 미만인 업체가 1814개로 전체 제조 업체 중 79.7%(2012년 기준)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통신사들이 통신산업의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병원과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해외 메디컬연구센터를 마련,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며 활기를 띠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려 보인다. 서울대학교병원과 SK텔레콤이 융합형 헬스케어를 선도한다는 목표로 지난 2012년 11월 설립한 헬스커넥트는 지난해 매출 24억원에, 영업손실 57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메디슨 등을 인수하며 전문 의료기기 영역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와 ICT 융합의 미래 전망이 밝아도 그 만큼 전문적이어서 진입 장벽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의료와 ICT의 융합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서 보다 융합을 촉진할 수 있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법률적, 제도적 환경 조성과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발굴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보건의료 분야의 신ICT융합전략이란 보고서에서 “미국과 일본 등은 ICT 발달을 통한 기술융합 기반의 보건의료 산업 발전으로 경제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며 “서비스 기반을 고도화하는 건강정보활용체계 구현, 신시장을 창출하는 미래수요 맞춤서비스 발굴, 실효성 높은 법제환경 조성이 과제”라고 꼽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헬스케어·피트니스 관련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2013년 16억달러 규모에서 2016년 50억달러로 연평균 46.2% 성장(출처: 가트너)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2013년 260조원 규모에서 2015년 334조원으로 연평균 13.3% 성장(출처:BCC)

○모바일 헬스기기 시장: 2013년 51억달러 규모에서 2023년 418억달러 성장 전망(출처: 럭스리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