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2-새로운 기회, 창조]3D프린팅, 보건산업을 바꾼다

지난 1일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주목할 수술이 있었다. 3차원(D) 프린터로 인공 얼굴 뼈 보형물을 만들어 인체에 이식하는 수술이 진행된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의료 분야 3D프린터 활용은 인공조직 제작용 틀이나 조직 대체재를 만드는 데 그쳤다. 임플란트 시술에서 3D프린터로 환자 치아 구조를 본뜬 틀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맞춤형 임플란트를 제작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이날 진행된 수술은 생분해성 소재로 보형물을 만들어 이식했다. 이 보형물은 함몰 부위 뼈가 재생될 때까지 골격을 지탱하는 인공 뼈 역할을 한다. 3D프린터로 직접 생분해성 생체재료를 찍어내 이식한 사례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치열해지는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 장기 개발 경쟁에 우리나라도 본격 가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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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팅 기술 활용 분야. 자료: 월러스(2012년)

의료와 IT의 융합에서 3D 프린팅은 특히 의료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주목 받는다. 가용원료 확대에 따라 의료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 맞춤형 의료 시대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3D프린팅은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 기법으로 물체를 형상에 맞게 반복을 통해 쌓아 올린 인쇄로 정의된다. 재료를 깍거나 잘라서 생산하는 전통적인 제품생산 방식인 절삭제조(subtractive manufacturing)와는 대조적이다.

장점은 어떤 모양이든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해 사람의 손으로 구현하기 힘든 정밀한 작업까지 가능하다. 이는 의료 분야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요인이다.

먼저 의료용 시각화와 도구 응용 분야 변화 요인이다. 지난 2002년 캘리포니아 주립대 의대에서 샴쌍둥이 분리수술이 있었다. 샴쌍둥이 분리수술은 이전까지 100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이날 수술은 22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MRI로 찍은 영상을 3D프린터로 인쇄해 수술계획을 수립하고 예행연습을 한 결과였다. 3D프린팅으로 환자의 수술 부위를 사전 연습할 수 있게 되면서 조직손상 최소화, 수술성공률 제고 등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편익이 증가하는 의료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3D프린팅과 의료의 접목은 맞춤형 의료기기 생산 시대를 열 수 있다. 포스텍과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태어날 때부터 코와 콧구멍이 없던 몽골소년에게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맞춤형 인공 콧구멍과 기도 지지대를 넣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기존 유통되는 인공지지대는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3D프린팅 기술로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을 넣어 최종 기관을 완성했다. 3D프린팅은 기존에는 구현하기 힘들었던 정밀한 작업까지 가능해 최적화된 제품으로 환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곧 환자가 보청기나 임플란트 등의 의료기기를 잃어 버렸을 경우 앞서 저장된 스캔자료와 3D프린터를 통해 즉시 공급하는 것도 가능해 의료 서비스의 변화는 물론이고 보건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도 창출하는 기회가 된다.

아울러 보건산업에서의 3D 영상과 CAD, 프린터 등을 운영할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촉진,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컨설팅 기업인 홀러스(Wohlers)에 따르면 3D프린팅 기술의 활용 분야 가운데 보건산업(의료·치과)은 15.1%를 차지했다. 이는 소비재·전자제품(20.3%), 자동차·운송(19.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의료 분야에 쓰임새가 그 만큼 많다는 뜻으로, 보건산업 분야의 새로운 생태계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 분야에서의 3D프린팅 활용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건산업에서의 사용 증가에 대비, 안전성 확보에 대한 제도 마련과 3D프린팅이 만드는 다양한 의료기기를 현 의료법 체계 내에서 어떻게 담아야 할 것인지 의료기기 허가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승재 연구원은 “식약처가 의료기기 품목과 등급에 관해 규정을 정하고 있지만 현재 3D프린팅과 관련한 의료기기 품목은 없다”며 “3D프린터와 3D인쇄물로 인한 신제품 등 품목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으며 품목등급 분류체계의 개선과 심사의 가이드라인을 세분화해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개발 의료기기인 3D프린터는 장기적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 점검을 하고 시판 후 품질 사후 관리 필요하기 때문에 재심사기간(허가 후 4~7년 이내)을 설정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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