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자생적 시장 환경과 거리가 먼 전기차 정책

Photo Image

저탄소차협력금제 연기 결정으로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은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의 시장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당초 이 제도 도입으로 민간 시장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전기차 시장은 다시 국가 예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정부는 내년으로 예정됐던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 시기를 오는 2020년으로 연기했다. 저탄소차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에 부담금을 물리고 전기차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차량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려는 제도다. 별도 국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자생적으로 시장을 창출한다는 게 당초 취지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저탄소차제를 도입함과 동시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기로 했다.

저탄소차제가 도입되면 탄소배출에 따라 소비자가 추가 납부하는 부담금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이 때문에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 등의 친환경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는 배출권거래제를 동시에 시행하면 국내 자동차 등 산업전반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이유에서 이 제도를 연기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해외 여러 국가들의 정책과는 상반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 국가에서는 최근 구매보조금 등 금전적 지원을 줄이면서 저탄소세제도나 전용도로·주차장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동기부여에 나서고 있다. 반면에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환경부 구매 보조금(1500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300만~900만원)을 합쳐 차량당 최대 2400만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저탄소차제를 도입한 국가로 프랑스와 캐나다가 주로 언급되지만, 이외에도 싱가포르,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등 유럽을 중심으로 유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부터 CEVS로 불리는 협력금 제도를 운용 중이다.

이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구간을 설정하고 보조금과 부담금을 부과하는 형태가 우리의 저탄소차협력금제와 같다. 보조금과 부담금은 등록세를 상쇄·추가하는 형태로 부과된다. 네덜란드 역시 2001년부터 탄소배출량에 따라 차량을 7단계로 구분하고 등록세 일부를 감면 추가하고 있다. 노르웨이도 탄소배출량에 따라 등록세를 차등해서 부과하고 있다. 이 같은 제도만으로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탄소차제 시행은 별도의 국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탄소배출이 적은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 수요를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는 정책임에도 6년이나 연기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현행 과다한 보조금 정책은 시장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