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관이 자동차용 소프트웨어(SW) 표준화 협력체 설립을 추진한다.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 산업계 움직임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로선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자동차 선진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차량 SW 표준기구를 만들었다. 우리보다 늦게 자동차산업에 뛰어든 중국도 비슷한 협의체를 운영한다.
차량용 SW 중요성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특히 ‘바퀴달린 전자기기’로 불리는 스마트카 시대가 오면서 SW가 자동차 부가가치를 높일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업계와 정부가 차량용 SW 협력체(가칭 카스파·KASPAR) 설립을 추진하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 늦어지면 우리 차량용 SW산업은 유럽, 일본 심지어 중국에 종속돼 터전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집한 구심점이 없어 우리 강점인 전자산업 노하우를 자동차에 융합해 발전시킬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카스파는 완성차와 부품 및 전자 업계가 개발 호환성을 확보, 차량용 SW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컨소시엄이다. 세계 5위 자동차생산국 위상에 걸맞은 자동차용 SW 개발 생태계 조성을 기대한다. 하드웨어(HW)와 SW의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음은 물론이며, 완성차 입장에서도 국산 SW 개발 활성화에 힘입어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SW 개발 협력사 풀을 다양화할 수 있다.
PC, 휴대폰(스마트폰) 산업은 부족하나마 전후방 생태계를 형성했다. 완성차 산업도 후방 산업계가 비빌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다. 하지만 자동차 후방산업은 그동안 글로벌기업들의 높은 벽에 막혀 SW와 시스템반도체 모두 외국기업이 독식하는 시장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대기업·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전자업계·반도체업계·SW업계 모두 자동차에 거는 기대를 숨기지 못할 만큼 아직도 거대한 ‘금맥’이 묻혀 있다. 더 늦기 전에 이를 캘 수 있도록 우리 자동차산업 생태계 주체들이 역량을 한데 결집해야 한다. 한국형 차량용 SW 협력체는 그 출발점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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