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스쿨…충전함에 동기화 기능 빠진 곳 태반

#스마트스쿨을 도입한 A초등학교 교사는 방과 후 일부 학생과 다음날 수업용 프로그램을 태블릿PC에 설치했다가 학부모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학교가 자발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학생에게 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교사 홀로 수십개 태블릿PC에 수업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는 것이 버거워, 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화근이 됐다.

#B초등학교 C교사는 교육 프로그램 설치 때문에 고충이 많다고 토로했다. 수업시작과 함께 학생들에게 설치를 요청하는데, 일부 학생은 실수로 다른 프로그램을 설치해 수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C교사는 “한 학기에만 20~30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데 이름이 유사한 앱이 많다 보니 오류를 범하는 학생이 나오곤 한다”고 말했다.

교육 질 향상을 위해 의욕적으로 도입한 스마트스쿨 시스템이 필수 기능인 태블릿PC ‘프로그램 동기화(교육콘텐츠 다운로드) 기능’ 부재로 교육 현장에서 불편을 겪는 사례다. 방과 후 태블릿PC를 보관하는 충전함에 동기화 기능만 있다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었지만 교육당국과 스마트스쿨 기획자의 현장 이해 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보급돼 있는 스마트스쿨 충전함은 대략 2000개 안팎. 이중 동기화 솔루션이 설치돼 있는 것은 300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59억원 규모로 진행 중인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스마트스쿨 시스템 구축사업 제안요청서에도 교실별로 스마트패드(태블릿PC) 30개 이상의 충전함 설치만을 요구할 뿐 동기화 솔루션 요건은 없다. 이 때문에 최종 선정된 제품(충전함)에도 동기화 기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업계는 스마트스쿨에 동기화 솔루션이 채택되지 않는 배경으로 비용 상승을 꼽는다. 최대한 가격을 낮추면서 필수 기능만 넣으려 하다 보니 동기화 솔루션이 빠진다는 것이다. 교사 또는 학생이 직접 프로그램 동기화를 하면 된다는 인식에 사업 발주서에 누락된다는 것이다. 동기화 솔루션이 갖춰져 있는 충전함은 기능이 없는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30~40%가량 비싼 300만원 수준이다. 모 충전함 개발사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아예 충전함을 ‘동기화 및 충전 카트(Sync & Charge Cart)’라고 부른다”며 “과거에는 아이패드와 같이 iOS 운용체계(OS) 태블릿PC만 동기화됐다면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OS 제품 충전 제품이 보급될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기화 솔루션이 구비되지 않은 스마트스쿨을 도입한 세종시의 Y중학교 모 교사는 “스마트스쿨 연수를 받을 당시만해도 동기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를 받았지만 막상 학교에는 동기화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지 않다”며 “교사들이 조별로 나눠 태블릿PC에 교육 콘텐츠를 설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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