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사용후 핵연료를 영구처분하려면 부지 선정에 국민적 공감을 얻고 관련 기술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실증을 활용해 안전한 처분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다.
바로 ‘지하연구시설(URL)’이다. 사용후 핵연료 지하 심층처분 실증은 물론이고 이를 공개해 국민 인식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관련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원자력연구원 주도로 1997년 고준위폐기물 처분 기술 개발에 착수해 2006년 사용후 핵연료 직접처분 개념설계(KRS)를 끝냈다. 2006년 말부터는 대전에 착수지하처분연구시설(KURT)을 운영 중이다. 천연방벽(암반)의 격리·지연(희석) 기능과 처분용기, 완충재 등 격리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KURT는 경주 방폐장 유치 당시 지역 주민에게 안전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실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처분 시설을 운영하려면 사전에 암반이나 처분용기, 완충재 등 처분 시스템 안전성이 반드시 실증돼야 한다. 이는 국내 심지층 환경에 맞는 지하 연구시설에서만 가능하다. 해외에서 심지층 처분을 한다고 무조건 따라할 수 없는 이유다.
국내에서 공식 추진 중인 URL은 없다. 최근 SK건설이 경북 울진군에 총사업비 6750억원의 URL 사업을 제안했지만 울진군은 부정적 시각을 밝혔다. 연구소가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일본 홋카이도 호로노베 지하연구시설 운영기관인 일본 원자력개발기구 임원이 지역주민과 간담회에서 “(다시 메우기) 아깝다”는 발언을 해 지역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자체의 반대는 URL이 단순 연구 시설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증을 이유로 처분 시설과 같은 깊이에 사용후 핵연료가 반입되면서 영구처분 시설과 유사한 게 사실이다.
원자력연구원 한 관계자는 “영구 처분 시설과 유사하지만 지자체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지하 연구시설 실증 결과를 공개해 처분방식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부지선정에 착수하지 않겠다는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하연구시설(URL) 부지 고려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