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모바일이 야심차게 도전한 ‘밴드 게임’ 100일 성적표가 초라하다. 서비스 초기 반짝 관심을 끌었지만 이제는 매출 100위 내에 밴드 게임을 찾을 수 없다. 다운로드 수 역시 100만을 넘는 사례가 하나 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 5월 12일 서비스를 시작한 밴드 게임은 19일 딱 100일째를 맞는다. 경사스러운 날이지만 잔치를 열기는 힘든 상황이다. 밴드 게임 중에서 18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최고는 104위인 ‘영웅의 군단’이다. 같은 날 카카오 게임으로 나온 영웅의 군단 매출 순위는 13위다. 같은 게임인데 플랫폼에 따라 매출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밴드 게임 흥행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밴드 게임은 초기에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였다. ‘역전! 맞짱탁구’가 5월 29일 매출 39위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100위 내에서 사라졌다. 6월에 관심을 끈 ‘라바링크’는 현재 259위로 쳐졌다. 일 이용자와 다운로드 수로 산정하는 ‘인기 무료’ 순위에서도 밴드게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비스 초기 당시 인기 게임에 다수 올라왔으나 100일이 지난 현재 300위 내에 진입한 작품은 없다.
카카오 게임하기 100일과 180도 다른 모습이다. 지난 2012년 12월 6일 서비스 100일 당시 카카오 게임은 총 사용자 2300만명, 총 게임 다운로드수 8200만건을 기록하며 국내 스마트폰 게임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아이러브커피’ 등 다운로드 1000만 이상의 ‘텐 밀리언셀러’ 게임도 배출했다. 중장년층과 여성 등 평소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 인구까지 시장에 끌어들이는 효과를 거뒀다.
밴드게임이 이미 성숙한 모바일게임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이기에 카카오 게임처럼 선점 효과를 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밴드가 새로운 형태의 강력한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카카오 게임의 대항마로 기대를 모은 터라 100일 성적표는 기대 이하라는 게 중론이다.
모바일게임 업계에서는 밴드 플랫폼 특유의 폐쇄적 서비스가 소셜 모바일게임 특성에 적합하지 않았다고도 평가한다. 밴드 게임을 다운로드하면 만들어지는 게임 커뮤니티는 활발하지만 기존 밴드 커뮤니티에서 새롭게 게임으로 붐을 일으키는 당초 목표에는 어긋났다는 시각이다.
탤런트 김보성을 앞세워 대대적인 광고·마케팅도 하고 있지만 밴드게임 플랫폼 자체를 알리기에만 집중하고 있어 개별 게임에 대한 지원 사격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초기 애니팡 등이 카카오 게임 성장을 이끈 것처럼 밴드게임을 대표할 만한 작품 몇 개를 전략적으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모바일게임 개발사 대표는 “당장 밴드게임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초기 플랫폼 출시 효과와 네이버의 지원 때문에 전략적으로 입점하려는 수요는 여전하다”며 “밴드 측이 어떤 게임 플랫폼으로 키워나갈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모바일 측은 “카카오 게임 대항마라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현재 250개 개발사가 제휴 의사를 보였고 180개 게임이 밴드용 출시를 준비 중”이라며 “밴드 사용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앞으로도 개발사를 적극 지원하며 장기적 안목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밴드게임 서비스 100일 성적표>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