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등록 변리사의 절반에 육박하는 3400여명이 징계 대상자로 특허청에 건의됐다. 현행 변리사법상 의무로 규정된 변리사회 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변리사회가 이례적인 대규모 징계 건의를 강행한 가운데 특허청은 현행 제도가 위법을 양산하고 있다며 오는 정기국회에 상정 예정인 ‘변리사법 전부 개정안’ 연내 통과를 문제 해결책으로 꼽아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대한변리사회(회장 고영회)에 따르면 변리사회는 전체 등록 변리사 7602명의 45.3%인 3449명을 변리사법 제11조 변리사회 의무가입 규정 위반 사유로 특허청에 징계 요청했다.
현행 변리사법은 제11조에 등록 변리사의 변리사회 가입의무를 명문화하고 있다. 변리사회는 산업재산권 제도의 발전을 도모하고 변리사의 품위 향상 및 업무 개선을 위해 설립된 단체로 특허청의 감독을 받는다.
실정법상 변리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특허청에 등록(등록업무 변리사회 위탁)한 변리사는 모두 변리사회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체 변리사의 절반정도만 가입돼 있다. 변리사시험을 거쳐 자격을 획득한 일반 변리사와 달리 변호사 자격을 획득함과 동시에 변리사 자격도 획득하는 변호사들은 법 해석을 달리하며 협회 가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번 징계 요청 대상자의 94%가 변호사로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한 등록자다.
그간 변리사회는 협회 미가입자 중 실제로 변리업무를 한 번이라도 행한 사례가 있을 때만 징계를 요청해왔다. 법리 해석의 차이가 직업 영역 갈등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해 융통성 있게 적용해 왔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2012년 징계 요청 대상자 400여명 중 변호사는 50명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대규모 징계건의는 지난 6월 변리사 등록 업무와 협회 가입 업무의 연계 처리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재결을 내린데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부산의 한 변호사는 변리사회 미가입을 이유로 변리사 등록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대한변리사회 관계자는 “변리사 등록과 회 가입 연계가 부당하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가입 의사가 없는 변호사의 등록 요청이 크게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며 “앞으로는 법 위반 사례에 대해선 법에 정해진 방침대로 단호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변리사 및 변리사회를 관리 감독하는 특허청은 무조건적인 징계 강행보다는 법·제도 개선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변리사 등록과 변리사회 가입이 일괄처리되지 않고 이원화돼 있는 상황이 이 같은 사태를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등록과 동시에 관련 협회에 자동으로 가입되는 타 전문자격사 업종과 달리 변리사회는 등록 업무를 특허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며 회 가입은 별개 절차로 이뤄진다.
특허청이 현재 추진 중인 ‘변리사법 전부 개정안’에서는 변리사 등록 업무를 변리사회로 이관하고 등록과 회 가입이 일괄 진행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정균 특허청 산업재산인력과장은 “현행 변리사법은 만들어진지 50년이 넘어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애매한 표현으로 인해 제도적으로 법 위반을 양산하는 측면이 있다”며 “단순히 징계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변리사법 전부 개정안’ 연내 통과 등 제도 개선으로 근본적 문제 해결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