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금융·IT 융합시대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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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를 펄펄 끓는 물속에 던져 넣으면 곧바로 뛰쳐나온다. 물이 뜨겁다는 것을 즉시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차가운 물에 넣은 후 서서히 불을 지피면 개구리는 그 안에서 죽고 만다. 개구리가 서서히 오르는 물의 온도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온동물인 개구리는 물의 온도에 맞춰 서서히 체온이 오를 것이다. 이처럼 환경 변화에 소극적인 순응만으로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적극적인 변화만이 자신의 생존을 보장해준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 구글이 ‘구글월렛’을 앞세워 금융 서비스를 시작했고, 페이스북 역시 모바일 결제와 전자화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카카오톡 역시 은행과 공동으로 송금 서비스를 개발해 머지않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IT와 금융의 대융합 시대가 열리고 있다. 변화의 큰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기존 금융산업은 서서히 끓어오르는 ‘솥단지 속의 개구리’와 같은 운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금융산업이 대융합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첫째, 전향적인 인식 변화를 통해 적극적인 시스템 혁신이 요구된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오늘날과 같은 스마트폰을 예측하지 못했듯 새로운 패러다임의 금융 시스템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금융과 IT,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나 경계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디지털 금융 확대가 금융 소비자 행동 패턴에 영향을 주고 소비자 변화가 다시 금융 산업의 변혁을 이끌 수 있다. 이런 변화의 순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인식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혁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 독일, 중국 등에서는 혁신적인 금융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둘째, 온라인 금융산업 제도 변화와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IT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가 유독 금융산업과 IT 융합이 더딘 것은 무엇보다 관련 제도와 규제의 영향이 크다. 과거 산업 환경에서 만들어진 제도나 규제가 미래로 가는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도입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대면 확인’ 원칙을 유지하는 금융실명제를 들 수 있다. 금융실명제 규제 탓에 우리나라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이 불가능하고 온라인 금융업의 성장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국내 금융산업이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다면 경쟁력 강화를 통한 해외 수출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셋째,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IT 발전은 우리 생활을 여러 모로 바꿔 놓았다. 모바일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다양한 IT 채널로 정보가 실시간 전해지면서 공급자와 이용자 사이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IT의 영향이 금융산업으로 확대되면서 금융산업 내의 헤게모니가 공급자에서 이용자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 펀드슈퍼마켓이 예상보다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펀드 투자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자기 스스로 직접 결정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자기 스스로 펀드를 비교하고 선택하려는 자기주도적 투자자들이 펀드슈퍼마켓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금융과 IT의 융합이란 커다란 변화 속에서 소극적인 적응은 우리 금융산업을 더 큰 위험으로 몰아갈 수 있다. 정부와 금융회사 모두가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mh.cha@fund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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