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화질경쟁 구도가 해상도에서 색감으로 옮겨가고 있다. 눈에 잘 띠도록 강렬한 색채를 구현해 선명한 TV 이미지를 굳히는 ‘색감전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TV 제조사들은 최근 마케팅에서 ‘색감’을 강조하고 있다. 색감이 또렷하고 선명해야 직관적으로 ‘좋은 TV’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SD(640×480)에서 디지털 시대 HD(1920×1080), UHD(3840×2160)로 발전한 해상도 경쟁이 한계에 이른 것도 배경이다.
TV 색감은 제조사별로 차이가 있다. 자체 개발한 색 구현 알고리즘이 담긴 화질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TV 개발 단계에서부터 색 구현을 위해 명암비, 밝기, 백라이트 밝기 등을 조절해 화면모드를 결정한다”며 “제조사별로 각 영상모드에 맞는 조절비를 미리 입력해 제공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영화감상 모드’는 조명을 모두 끄고 시청하는 상황에 맞춰 밝기와 백라이트를 모두 낮췄고 ‘선명모드’는 명암, 선명도, 색농도를 올려 영상의 색을 강조했다. ‘표준모드’는 주요 수치를 중간에 둔 화면설정으로 조명이 있는 보통 환경에서의 시청에 맞춘 화면이다.
최근 제조사들은 선명한 색감을 핵심 기능으로 부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월드컵 시즌에 맞춰 출시한 UHD TV에는 각각 ‘사커모드’ ‘스포츠모드’라 이름 붙여진 색감강조 기능이 들어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축구장 잔디 색이 형광 연둣빛을 내며 전체적으로 밝고 진한 화면이 구현된다.
제조사들이 ‘선명한 색감’에 집중하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다. 같은 영상이라도 더 밝고 선명한 화면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전자매장 마케팅 관계자는 “화려한 조명 밑에 제품을 전시할 경우 색감이 강할수록 더 선명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에서 상영하는 데모 영상도 반짝이고 밝은 톤의 여러 색이 한꺼번에 다뤄진 영상을 사용해 소비자의 이목을 잡는다.
하지만 과도한 색 강조가 도리어 원본 화면의 왜곡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사 제작진 입장에서는 원본 그대로 시청자에게 선보이고 싶지만 TV의 색감 조정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 기술 관계자는 “제작진은 영상 속 색감으로 시청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며 “축구 중계에서도 잔디 색이 비현실적으로 그려지는 등 제작진 입장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