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학교육 홀대 움직임에 과학기술 단체가 집단 반발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16개 과학기술 단체가 과학교육 축소 논란을 불러온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논의 중인 교육 과정 개편 방향에 과학계 전체가 우려하며 급기야 16개 단체의 공동 성명까지 나왔다.
과기 단체들의 걱정은 한마디로 과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 양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편안에서 과학 과목 비중을 줄이면 가뜩이나 심각한 이공계 기피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 뻔하다. 과학기술한림원과 기초과학학회협의체 등 기초 과학 단체들은 물론이고 일선 교사들 사이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과학계 인사들의 주장은 단순히 수업 시간 단축의 문제가 아니다. 문과와 이과를 분리하지 않는 균형 잡힌 교육, 과학기술을 기본 소양으로 삼는 교육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미 도래한 융합 시대를 이끌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교육과정 논의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대학 학부생들의 기초 과학 수준을 끌어올리기는커녕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얼마 전 교육당국의 초·중등 소프트웨어(SW) 교육과정 방침도 도마에 올랐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과학기술계는 SW를 필수·독립 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반면에 교육부는 기존 교과에 포함하거나 선택 과목 지정으로 충분하다는 방침을 고수하며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SW가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해 온 박근혜정부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사정이 이쯤 되면 지금 교육당국은 창조경제 철학과 원칙을 아예 깡그리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창조경제 주역은 사람이며, 그 주춧돌은 과학기술이다. 과학적 소양을 제대로 갖춘 사람을 길러내는 일을 소홀히 하면서 어찌 창조경제를 논할 수 있겠는가. 교육당국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 정책에 적극 반영하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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