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100만원 미만 저작권 침해 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주면 많아야 수천원 안팎 드라마나, 영화, 음악, 웹툰, 웹소설 등은 아예 공짜로 온라인으로 감상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Photo Image](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4/07/20/article_20182854793401.jpg)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최근 국회가 발의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콘텐츠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우발적이고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전제로 6개월간 피해 금액 100만원 미만 저작권 침해를 처벌하지 않는 것을 뼈대로 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콘텐츠 업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 통과를 앞둔 법안으로 콘텐츠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이 법이 통과되면 이제 겨우 자리 잡은 콘텐츠 유료화 문화도 사라질 것이란 우려다.
◇개정안 통과되면 불법 복제 활개친다
콘텐츠업계와 저작권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콘텐츠=공짜’라는 인식의 확산이다. 이에 따른 불법 침해 확산으로 콘텐츠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이다. 특히 모바일이 유료 콘텐츠 시장의 문화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피해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미니 시리즈 드라마 한편 제작하는 데 회당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4억원이 소요된다”며 “제작자 입장에선 2차 제작물이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인데 불법복제가 활개를 치면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에 대한 침해를 범죄로 규정하면서도 특정금액과 기간에 한해 처벌을 면제하는 것은 범죄를 조장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계 역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운대’ ‘건축학개론’에 이어 올해 들어 ‘변호인’에 이르기까지 불법 파일 유출로 몸살을 앓은 한국 영화계는 법 통과에 강경한 입장을 비쳤다. 영화계는 영화제작가협회를 중심으로 문화부에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김정석 인디플러그 대표 “개정안의 취지대로 저작권 소송 남발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산업의 피해에 눈을 감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산업에서 IPTV와 인터넷 주문형 비디오로 대표되는 디지털 플랫폼 매출이 최근 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이 통과되면 불법 복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제기했다.
◇불법 음악 16만곡 들어도 무죄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에 앞서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해 파일을 올려 수익을 챙기는 웹하드의 점조직 방식 운영 차단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누군가 파일을 올리면 무한복제가 가능한 현실에서 선의의 업로더만을 보호하는 일방향 보완책에 앞서서 웹하드나 토렌트 등 기업형 불법복제 처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웹하드나 토렌트 등을 통해 다운받거나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면 영리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그나마 자리 잡은 모바일 콘텐츠 유통 생태계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2년 웹하드 등록제 실시 이후, 각 웹하드 업체는 의무적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필터링 연동 등을 통해 불법 유통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마치 합법 콘텐츠인 양 속여 더 많은 차액을 챙기는 악질 업로더도 등장하는 등 불법 침해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개정안 반대는 비단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모바일 바람을 타고 유료화 시장이 정착한 웹툰, 웹소설, 음악 등 소액 콘텐츠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한 음악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행하는 스트리밍 방식일 때 음원 한 곡당 단가가 6원 미만 수준임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 대상은 16만개 이상 음원을 공짜로 듣는 수준”이라면서 “스트리밍은 공짜라는 것을 세상에 공표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웹툰과 웹소설 등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와 함께 가파르게 성장한 콘텐츠도 피해 확산은 불가피하다.
◇불법 시장 왜곡현상 심화 우려
모바일 시장 확산과 함께 불법 시장도 덩달아 진화하면서 법망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 임성환 네그 대표는 “모든 저작권 침해를 법으로 금지하는 현실에서도 웹하드와 토렌트, 불법 스트리밍 등 점조직 유통망을 이용해 여전히 불법 유통을 부추기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망을 피한 불법 침해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불법 콘텐츠 이용에 따른 콘텐츠업계 피해도 문제지만 저작권자들도 무료 콘텐츠의 확산과 함께 새로운 수익 모델 제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웹툰이나 웹소설, 게임 등은 무료 콘텐츠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부분 유료화 모델 도입으로 불법과 무료 콘텐츠 확산에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냈다”며 “다른 콘텐츠 유통사업자들도 이러한 수익모델 창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