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저작권법 개정안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법률전문가들은 법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가 제시하는 개정안의 문제는 법률간 충돌과 모호한 기준에 따른 법집행상 어려움, 악의적인 저작권 침해 방조 유발 등이다.
개정안은 ‘영리 목적이 아니고 침해 금액이 100만원 미만인 불법복제 및 이용 사범에 대해서는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효질 고려대 법대 교수는 “개정안은 기존 저작권법에 예외를 만들면서 저작권자 권리를 박탈할 뿐 아니라 용어의 기준이 모호해 법 집행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용어는 ‘영리’와 ‘6개월간 100만원 미만 피해금액’ 등이 꼽힌다. 안 교수는 “영리 목적에는 복제물 판매 외에 구입비용 절감이 포함되는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구입비용 절감이 영리에 포함되면 아무런 대가 없이 인터넷에 파일을 업로드하거나 P2P 네트워크에 공유상태로 설정한 업로더는 경제적 대가가 없어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이를 다운받거나 이용하는 사람은 형사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비영리기관인 정부, 공공기관, 학교법인 등에서 프로그램이나 저작물을 복제해 사용할 때 이를 영리로 볼 것인지도 모호하다. 만약 비영리에 포함되면 교수가 학생에게 매 학기당 수만 원짜리 교재를 100만원 미만으로 복사해 나눠주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개정안이 통과돼도 민사상 처벌을 요구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국내 현실을 간과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지식재산권 분야 민사소송은 고소인이 피해를 입증해야 하고 손해보상 규모도 제한적이어서 적은 금액에 소송을 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다수의 소액 피해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는 셈이다.
법적 모순 외에도 불법 유통시장 활개로 인한 생태계 파괴도 우려했다.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변호사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불법 유통 시장 출현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관련 문화 산업계는 다시 큰 피해를 본다”며 “이는 저작권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고 궁극적으로 국민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개정안이 현 상태로는 적용기준이 불분명하고 설사 이를 보완하더라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어 폐기해 다른 방법으로 취지를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영리성도 없고 그 피해액도 적어서 형사처벌 필요성이 낮은 사안은 현행 검찰의 불기소처분(기소유예)과 법원의 선고유예 처분 등을 활용해 소송 남발 피해를 줄이자고 제안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