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연구 이면에 숨겨진 거대자본

[테크홀릭] 스트레스는 지금부터 80년 전 캐나다의 생리학자 H.셀리에(Hans Selye) 박사가 처음으로 명명해 전 세계에 널리 받아들여진 개념이다. 스트레스로 심신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건 이젠 상식이 됐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 학설을 만든 H.세리에 박사의 연구 뒤에는 거대한 산업이 숨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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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세리에 박사는 1930년대 외부에서 불쾌한 자극을 받으면 생체 내에 특정 호르몬이 증가하는 걸 발견하고 이 호르몬 증가는 자극 종류를 불문하고 같다는 걸 찾았다. 당시 의학계에선 질병마다 고유 증상이 있고 이 차이를 구분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대다수였다. 따라서 H.세리에 박사가 발견한 어떤 불쾌한 자극에 대해서도 같은 호르몬이 증가하는 생리 현상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H.세리에 박사는 자극에 대한 일반적 반응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 1936년 과학 잡지 네이처(Nature)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계기로 스트레스라는 단어는 정신질환에도 이용되는 등 널리 퍼지게 됐다.

당시 H.세리에 박사는 실험용 쥐를 극단적인 외부 온도에 노출시키거나 오랫동안 단식하게 하거나 주사로 통증을 주는 등 갖은 불쾌한 자극을 줘서 스트레스를 일으켰다. 그런 다음 쥐를 해부해 내장을 조사해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 피질 증가 같은 생리적 반응을 발견했다.

H.세리에 박사는 매일 4∼5시간씩 짧은 수면만 취하고 대부분 연구실에 틀어박혀 스트레스 연구에 몰두해 1,500건이 넘는 논문 보고와 학술 논문 15건을 쓰는 등 초인적인 연구 성과를 냈다. 덕분에 스트레스 이론 권위자로 이름을 남겼다.

스트레스 이론은 1950년대 미국 심장전문의 마이어 프리드먼과 레이 로젠만이 스트레스에 예민한 A형 행동패턴을 찾으면서 크게 발전했다. 해당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주장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질병을 유발시키는 게 점점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H.세리에 박사는 현대 스트레스 연구의 주춧돌을 쌓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런 그의 연구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한 스폰서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건강 및 열대의학회(LSHTM) 마크 페티크류(Mark Petticrew)가 담배회사를 대상으로 건강 피해 소송을 낸 변호 측 자료를 수집하던 중 담배회사가 H.세리에 박사에게 연구 자금을 제공하고 있었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발견된 문서에 따르면 H.세리에 박사가 실시한 스트레스 연구 대부분은 담배산업이 거액의 연구비를 제공해 이뤄진 것이다. H.세리에 박사 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스트레스 연구자 역시 담배산업이 뒷배가 되어서 거액의 연구자금을 제공하고 있었다고. 마크 페티크류는 H.세리에 박사가 노벨상 후보에 10번이나 오를 만큼 위대한 과학자인 건 분명하지만 담배산업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그의 스트레스 연구를 말하는 건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담배산업이 H.세리에 박사에게 자금을 지원하게 된 목적은 당시 문제가 되던 담배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한 대책이라고 말한다. 흡연에 의한 것으로 지적되던 암이나 심장 질환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고 말하는 것. 또 스트레스 연구자의 논문 내용은 담배산업 쪽 고문변호사가 문구나 표현 등을 확인하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담배 회사인 필립모리스 등에 H.세리에 박사를 비롯한 수많은 스트레스 연구에 자금을 제공한 것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해당 연구는 너무 오래 전의 일이어서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관련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 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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