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반값 요금제가 활성화되는 동시에 기존 중소 사업자의 인수합병(M&A) 이슈가 불거지는 등 알뜰폰 시장에 균열이 불가피해졌다. 알뜰폰시장이 이통사 중심으로 재편될지, 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독자 생태계를 구축할지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다.
KT그룹 주력 계열사인 케이티스는 ‘M모바일’을 브랜드로 알뜰폰(MVNO)시장에 진출한다고 8일 밝혔다.
M모바일은 △기존 이동통신사(MNO) 대비 최대 55% 저렴한 ‘반값요금제’ △‘선불요금제’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값 망내 무제한요금제’는 KT와 KT계열 알뜰폰 고객을 대상으로 무제한 음성통화를 제공해 요금 절감 폭을 확대했다. ‘선불요금제’에서는 선불 고객이 많은 중국, 몽고, 우즈베키스탄 등 국가에 국내 최저수준 요금으로 국제 전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맹수호 케이티스 사장은 “반값 요금제와 올인원 서비스 등 저렴한 요금제로 고객들의 통신비 부담을 덜고 가장 높은 품질의 알뜰폰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도 9일부터 본격적인 알뜰폰 사업을 개시한다. 이 회사는 신규 브랜드 ‘유모비(Umobi)’를 중심으로 14종 요금제(LTE 13종)를 선보였다.
‘로그 LTE 30’은 월 기본료 3만원에 음성 160분, 데이터 750MB를 제공한다. 유심(USIM)요금제를 선택하면 기존 LG유플러스 동종 요금제 대비 50% 할인을 적용 받을 수 있다.
홍장표 미디어로그 알뜰폰 담당은 “미디어로그 알뜰폰 사업 목표는 실용을 추구하는 고객이 저렴한 요금으로 고품질 LTE와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통사 알뜰폰 시장 진출로 기존 MNO 대비 절반가량 저렴한 ‘반값 요금제’가 이통 시장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KCT, SK텔링크(SKT 계열), CJ헬로비전, 홈플러스, 에넥스텔레콤, 에버그린 모바일(KT 계열) 등 기존 사업자들은 이미 반값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7월 중 출시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통 자회사 알뜰폰 진출을 받아들이며 유도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일단 나타난 셈이다.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소 알뜰폰사업자는 이통 자회사가 수익보다 가입자 모집 전략으로 나올 경우 큰 파장일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 알뜰폰업체 한 임원은 “이통사들이 알뜰폰 시장에서 수익을 남기는 것보다 가입자 모집 위주 전략을 전개하면 대규모 출혈 경쟁이 예상 된다”며 “운영이 불가능한 회사가 나오는 등 CJ 같은 대기업의 알뜰폰 진출 때와는 종류가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중소 알뜰폰업체 간 기업 인수합병(M&A)도 나타날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이 자사와 타사 가입자 가치를 산정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연말이 지나 운영이 어려운 업체가 매물로 나오는 등 M&A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시장 통제능력을 요구받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KT와 LG유플러스 자회사의 알뜰폰 사업 등록 조건으로 MNO 계열사의 전체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50%로 제한하고 △모기업 직원·유통망을 이용한 영업활동과 마케팅비 보조 금지 △이통 자회사에 대한 도매제공 용량 몰아주기 금지 △중소 알뜰폰사업자에 대한 단말기·유심 구매대행 의무 등을 부과했다.
중소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은 여전히 이통 자회사의 알뜰폰 진입을 인정하지 않는 강경한 분위기”라며 “정부가 시장 감시를 소홀히할 경우 기껏 키워놓은 알뜰폰 시장이 이통사들의 또 다른 각축전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