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를 통해 암호화되지 않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이른바 ‘와이파이 스누핑’으로 물의를 빚었던 구글의 스트리트뷰 서비스가 미국 대법원에서도 위법 판결을 받았다고 1일 로이터, 비즈니스위크 등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한국 정부의 제지에 이어 본국인 미국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도청법을 위반했다는 판결과 함께 지난해 매출의 0.01%에 해당하는 700만달러(약 70억8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구글은 미국 대법원에 자사가 법을 어기지 않았고 수집된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전에 나왔던 주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인정했다.
스트리트뷰 소송은 지난 2010년 미국의 벤자민 조페라는 개인이 미국 38개주 법원에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조페는 구글이 개인의 비밀번호와 신용카드 번호, 이메일 주소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했으며 이것이 영리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38개주 법원은 만장일치로 위법 판결을 내렸다.
엘리자베스 카브레이저 조페 측 변호사는 “구글이 수집한 정보로 어떤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가 있으며 해당 시점은 스트리트뷰 정보수집을 시작하기 이전”이라고 전했다. 구글 측은 “와이파이로 전송되는 데이터는 공공의 접근이 허용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구글의 이 서비스는 국내에서도 먼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올해 1월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이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와이파이에서 암호화되지 않은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수집한 것을 확인하고 2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국내로 확대했으며 지난달 9일 개시했다.
미국에서조차 위법 판결을 받은 구글 스트리트뷰 서비스의 실체와 향후 방향은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구글은 수집된 개인정보를 모두 파기한 상태고 열람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안일함이 이 같은 사례를 계속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이 개인정보 유출 키운다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동안 구글 스트리트뷰는 한국과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벨기에, 노르웨이 등 유럽권에서 꾸준히 문제됐으며 구글은 적게는 4700만원에서 많게는 2억2000만원선까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일본, 캐나다 등 18개 국가에서는 별도 과징금 부과없이 종결 처리됐다.
미국 법원이 선고한 700만달러는 구글 전체 매출의 0.01%에 불과하다. 오히려 매출의 0.1%까지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국내 정보통신망법 규정이 우세할 정도다.
외신은 “미국 기업에 대한 FCC의 봐주기식 수사”라며 “지나치게 적은 액수의 처벌 규정이 처벌 이후 개선이나 대안이 마련되는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선도와 보안사이…“사용자 선택에 맡겨야”
구글 스트리트뷰는 기존의 내려다보는 2차원 평면 형식을 벗어나 지도에 나와있는 길과 건물의 사진을 촬영해 실제 길을 걷고 있는 느낌을 주는 신개념 서비스를 처음 제공하며 지도 서비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포브스는 “스트리트뷰는 개인별 맞춤검색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구글이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핵심 프로젝트”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개인정보 침해나 보안 등의 이슈를 피하기 위해 시장 선도를 미룰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리함을 얻으려면 개인정보 일부를 내놓고 자신을 노출해야 얻을 수 있다”며 “규제나 제도에 기대기보다는 사용자가 기업이 시장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지혜로운 취사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 스트리트뷰 개인정보 침해 각국 처벌 현황>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