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30일 올해 가계통신비 경감 방안을 내놨다. 가입비 50% 추가 인하,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가격 10% 인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전면 허용, 선택형 요금제 확대 등이 골자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기대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소비자가 이렇게 여길 만하다. 내년에 없어질 가입비의 추가 인하는 이미 예고됐다. USIM도 가입할 때 면제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다. 매달 내는 실제 요금 인하라는 알맹이는 빠진 채 일회성 비용만 낮춰 실질적 혜택이 많지 않은 셈이다. 정작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계 통신비 절감에 응했는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가게통신비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소비자도, 이통사도 시큰둥한 상황을 또 연출했다.
물론 진전이 있다. m-VoIP 허용과 선택형 요금제 확대다. 소비자가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통신비용을 꽤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 과소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 행태가 합리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효과를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책임이 크다. 소비자가 과도하게 쓰도록 그릇된 요금체계를 방치했다. 이통사도 적게 쓰는 소비자와 장기 가입자 배려에 소홀했으며, 보조금 경쟁에만 매달렸다. 비싸다는 통신 요금 상당액에 단말 가격이 포함된 것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실제와 다른 소비자 오해도 산다. 이러니 정부나 이통사가 받지 않아도 될 비난까지 뒤집어쓴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처럼 수신자도 요금을 내도록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이통사는 합리적 소비를 유도할 요금제를 다시 한 번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쓰는 양에 따라 부담 차이를 현격하게 둬 소비자 스스로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 현행 요금제로 제공하는 음성과 데이터양이 선진국에 비해 많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우선 통신망 부하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 소비자만이라도 파격적으로 싼 요금을 제공하는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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