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방사선 탄소연대를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자동환원장치를 세계 처음 상용화했다. 이 장치는 다국적 기업을 통해 전 세계 수출까지 앞두고 있어 수십억원대 러닝로열티 수입이 기대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김규한)은 지질자원분석센터(센터장 홍완)가 방사선 탄소연대 측정장비(AMS)의 활용도를 크게 높이고, 작업 소요시간을 3분의 2로 줄인 자동환원장치를 상용화했다고 29일 밝혔다.
자동환원장치는 AMS로 연대 측정을 할 때 시료에서 그래파이트(흑연)을 분리해 내는 화학반응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기다. 시료는 최대 24개까지 동시 처리가 가능하다. 처리 시간은 화학반응 시간까지 포함해 3시간이면 충분하다.
이 덕분에 센터는 AMS를 365일 가동할 수 있게 됐고, 연간 3000건이 넘는 연대측정 시료를 처리하는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기존처럼 사람이 일일이 작업하면 탄소 분리에만 하루 5~6시간이 걸려 몇 개 못하는데다 처리시간도 건당 6~12시간이나 걸렸다. 연대측정은 초극미량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하기 때문에 사람이 작업하면 정확도에 대한 신뢰에도 문제가 있었다.
특히 이 장치를 자동화하기 어려웠던 건 시료를 태워 이산화탄소(CO2)를 만든 뒤, 연대 측정을 위해 탄소(C)를 추출하려면 산소(O2)를 다시 떼어 내야 하는데 이때 다른 탄소 오염 우려가 큰데다 고진공 속에서 반응이 이루어지다보니 측정 가능한 수율을 내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가 반드시 필요했다.
홍 센터장은 이 절차를 모두 자동화했다. 자동화로 인해 비전문가도 연대측정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연대측정이 규격화, 표준화돼 측정의 신뢰도도 세계 정상수준에 올라섰다.
이 장치는 현재 국내 중소기업인 캘(CAL)에 제조 노하우가 전수돼 제품화됐다. 캘은 이 기술을 연대측정 장치 시장을 네덜란드 HVEE와 양분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인 미국 NEC의 아시아지역 총판을 맡고 있는 일본 하쿠토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하기로 합의하고, 계약을 추진 중이다.
홍 센터장은 “자동환원장치가 대당 5억원이나 하는 장비여서 하쿠토가 50대 정도 판매할 경우 25억원에서 50억원 정도의 수익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술지원을 별도로 해서 10~20% 정도의 매출대비 기술료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한 원장은 “설립 96년 만에 기술사업화 부문에서 ‘대박’이 터질 전망”이라며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으며 남다른 연구열정으로 일궈낸 결정체”라고 말했다.
◇방사선탄소연대측정장비(AMS)=초극미량 우주선 유발 방사선 동위원소의 비율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시료의 연대나 고기후 연구, 지질의 퇴적률, 암석융기율, 이산화탄소 비율 등을 알아낼 수 있다. 이 장비는 10-15으로 극도로 높은 민감도를 가져 다른 장비로 측정 불가능한 초극미량 동위원소 비율도 측정할 수 있다. 국내에는 총 3대가 있으나 현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만 가동 중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