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실적부진에 후방산업은 패닉
20세기 세계 제조업의 성공 스토리로 꼽혔던 대한민국 제조강국 신화가 흔들린다.
삼성전자의 핵심 축인 모바일 사업이 부진하자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삼성 의존도가 심각해진 국내 제조업 생태계 전체가 취약한 속모습을 드러냈다.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공허한 창조경제론에 밀려 모습을 감췄다. 그 사이 중국은 한국 정보기술(IT) 제조업 추격을 넘어 추월을 노리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제조강국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제조강국으로 올라서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연일 내리막길이다. 이달 들어서만 10% 가량 떨어졌다. 그 사이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다음 달 발표 예정인 2분기 실적에 대한 불안감 탓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흔들리자 후방 산업은 패닉 상태다. 아직 표면화하진 않았지만 삼성전자에 각종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삼성 계열사는 물론이고 중소 협력사들도 2분기 실적부진 전망에 우려를 넘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 한곳만 바라보던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분위기다.
이는 대한민국 제조업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하반기 우리나라 반도체·정보통신기기·가전 부문 수출 증가율은 상반기에 비해 각각 4%포인트가량 둔화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상반기에 비해 개선되지만 여전히 작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주력 생산기지마저 해외로 옮겨가다보니 더더욱 수출 확대를 바라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제조업이 제2의 도약을 못하고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후발 주자로 여겨졌던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어느새 최강국 한국을 위협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메모리를 제외한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이미 한국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시스템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지난 10여년간 제자리걸음을 걷는 사이 중국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자국 거대 수요를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했다”고 전했다.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 내지 완충지대를 마련해줘야 할 정부도 제 역할을 못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란 무엇인가’를 놓고 1년 넘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최근 뒤늦게 미래성장동력 실행계획을 확정했지만 이마저도 중간에 부처별 영역을 조율하느라 수개월의 시간을 지체했다.
한 대학 교수는 “모든 산업의 근본인 제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자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지난 정부에서 토목에 매달려 IT를 경시하면서 5년의 시간을 낭비한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