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데스크톱 컴퓨터(PC) 조달시장에서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인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지정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지정한 조달시장 내 중소기업 PC 구매 비율을 낮추려 하도급 협력사와 단체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요지다. 관련 업계와 소상공인 단체는 이 같은 행태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성장을 가로막는 행위라며, 삼성 제품 불매운동 등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19일 개인용 PC 중기간경쟁제품 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대준·박치영·한주현·임민식, 이하 비대위)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왜곡하는 재벌삼성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비대위는 개인컴퓨터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지정 후 긍정적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대기업이 협회·단체와 협력사를 통해 왜곡된 주장을 펼치며 제도의 근간을 흔들려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75%, 내년 100%인 PC 조달시장 내 중소기업 비율을 대기업이 나서서 바꾸려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법에 따라 PC 조달시장 내 중소기업 참여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내년에는 대기업을 아예 조달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회견장에서 김대준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삼성전자 고위임원이 정부 부처를 드나들며 중소기업 참여비율을 50%로 하향조정하고 일체형 PC를 별도(데스크톱 컴퓨터에서 제외)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제도의 취지마저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절대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대표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삼성전자는 엄청난 매출과 수익에도 중소기업의 생업 터전인 개인용 PC 시장마저 강탈하려는 의도로 협력사를 앞세우고 또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회장으로 활동하는 단체를 선동해 왜곡된 건의서로 중소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악덕행위가 계속된다면 중소기업 및 관련 부품중소기업 그리고 소상공인 전체는 어떠한 단체행동도 불사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박치영 레드스톤시스템 대표는 결의문에서 “삼성전자는 중소기업의 성장발전을 위한 중기 간 경쟁제품 제도를 모독하고 있다”며 “관계부처를 통해 지정 반대를 도모하고 있으며 협박과 압력을 동원해 협력사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추악하고 비도덕적인 행위를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반성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삼성전자에 대한 불만은 소상공인 전반으로 확산될 태세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은 “도대체 삼성은 얼마나 더 먹어야 괴물 같은 탐욕의 손길을 멈출 것인지 평범한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며 “삼성은 PC 시장에서 소상공인의 씨를 말리려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조달컴퓨터협회,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 전국PC부품중소기업연합회, 전국공공조달PC협력사연합회 등 PC 관련 단체장 및 회원사 이외에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 한국인테리어산업협동조합 등 소상공인 단체장이 참석했다.
행사장을 찾은 이원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독식하려는 것을 없애기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만들었는데 최근 제도를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상생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앞으로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변자가 돼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중소기업 간 경쟁제도:정부가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공구매 시장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06년 도입했다.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공공기관은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자 간 제한경쟁 또는 지명경쟁입찰 형태로 조달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공공기관의 연간 구매실적이 10억원 이상이고, 국내 직접생산 중소기업이 10개 이상인 제품에 한해 지정한다. 2013년 말 현재 202개 제품이 지정돼 있다.
김준배·한세희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