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인사 논란과 정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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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 문제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 문제로 정치권과 여론이 시끌벅적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야당은 물론이고 문 후보를 옹호하던 여당에서조차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김명수 교육부·정종섭 안행부 장관 후보자,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송광용 교육문화수석 등도 논문 표절과 부적절한 수당 논란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덩달아 떨어졌다.

이런 기류에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박 대통령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결국 문 총리 후보자는 물론이고 지난 13일 내정된 최경환 기획재정·김명수 교육 등 부총리 포함 7개 부처 장관의 인사청문 요청안 재가 여부도 “귀국 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임명동의안을 사실상 보류한 것이다. 정치권은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선택이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하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상황이 꼬이면서 지난 4월 27일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국정은 흔들리고 있다. 전관예우 논란 속에 지명 엿새 만에 자진사퇴한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 연달아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국정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면 공무원도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다.

결국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검증부실이 문제다. 정부 고위직 인사는 인사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다. 청와대 비서실장·민정수석·총무비서관·부속실장 등이 인사위원회 멤버다. 이처럼 인사위원회가 소수 인원이 참석하는 폐쇄적 형태로 운영되면 철저한 검증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관행을 감싸는 한 인사는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인사검증과정에서 청와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지 않은 듯싶다. 문제가 된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 동영상은 후보 내정 발표 전에 이미 인터넷에 존재했다. 인사검증에서 청와대가 포털을 검색하면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자료였다. 청와대가 포털을 검색하지 않았거나 검색했어도 동영상은 그냥 지나쳤을 공산이 크다.

논문표절 문제도 마찬가지다. 검색기술의 발달로 몇 초 만에 표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과거에는 논문표절을 찾아내기 어려웠지만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논문표절이 공직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시대에 청와대의 안일한 대처가 문제를 키웠다.

박근혜정부는 정부3.0을 표방했다. 정부3.0은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하고 공유하며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 패러다임’이다. 즉 공공정보를 민간에 개방해 창조경제에 이바지하자는 것이 정부3.0의 기본정신이다.

그러나 공공정보를 민간이 활용하는 것만이 정부3.0은 아니다. 정부3.0은 일방적인 흐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 생성하는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가 인터넷에 깔려 있다. 정부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잘 활용해야 한다. 포털 정보를 정부가 잘 활용하는 것도 정부3.0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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