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석유수급 보고 시스템 "가짜 석유, 샐 곳이 없다"

7월 도입 예정인 석유수급보고 전산시스템은 가짜석유 유통에 대한 감시와 관리를 크게 강화했다. 유통대리점과 주유소 등 사업자 수급보고는 전산시스템을 통해 간소화했지만 취합된 정보로 이상 징후를 발견해 가짜석유와 편법 영업을 찾아내는 기능은 탄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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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관리원의 수급보고 제도 변경 관련 설명회가 19일 경기도 한국석유관리원 본사에서 열렸다. 정천현 수급정보팀 과장이 수급거래상황 전산·전자보고 시연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한국석유관리원은 19일 석유수급보고제도 변경과 전산시스템 구축현황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주유소협회가 24일 동맹휴업을 재차 예고한 가운데 배경으로 거론되는 수급거래 변경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석유관리원은 수급보고 변경 이유가 석유시장 투명성을 위한 것임을 우선 강조했다. 현행 보고체계는 지난달 수급거래 데이터를 협회와 석유공사를 거쳐 전달받다 보니 최장 2개월 전의 데이터로 시장을 관리해야 하지만 7월부터는 직접 주간보고로 데이터를 전달받아 보다 즉시적인 시장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동수 석유관리원 수급정보화팀장은 “과거에는 사업자가 4~5개월 정도 편법 영업 후 사업장을 철수했지만 지금은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주간보고를 통한 최신 자료 수집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설명회 이후 이어진 보고 시연회에서는 주유소협회 주장과는 달리 전산보고 작업이 직관적이고 간소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7월부터 주간보고 체계에서 처음 도입되는 전산입력은 클릭 세 번만으로 관련 보고를 마무리할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전산 보고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원격지원 버튼을 눌러 안내센터 직원의 원격조치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취합된 정보는 석유관리원이 설계한 이상 징후 분석 모델링을 거쳐 불법영업을 적발하는데 이용된다. 이를 위해 석유관리원은 35개 이상의 이상 징후 분석 기법을 마련했다. 이상 징후 분석 기법에는 입차, 출하물량 비교 분석뿐만 아니라 과거 위반사례와 위반자의 사회적 관계 등도 다양한 요소가 동원됐다.

관련 전산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은 석유관리원의 전산보고 지원 사업을 통해 장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POS를 보유 중인 주유소는 시스템 연계 프로그램을 설치해주고, POS 미보유 주유소는 전산장치를 설치해 준대 2600여개 업소가 지원대상이지만, 17일 기준 벌써 2180개 업소가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김동원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수급보고 주간단위 변화와 전산시스템 도입은 가짜석유 불법유통을 막는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이라며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사업자라면 개정된 제도가 절대로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 수급거래 상황 보고제는 1972년 석유사업법 제정과 함께 시작됐다. 석유 수급의 안정과 시장 투명성을 목적으로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 등 석유사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행 보고체계는 한달치 내역을 다음달 15일까지 수탁법인인 협회에 보고하고 이를 다시 석유공사에 25일까지 보고한 후 석유관리원이 전달받는 과정을 거친다. 보고 체계와 기간이 길다보니 6월 1일의 거래 내역을 7월 20일이 넘어서야 받는 경우도 생긴다. 현실적으로 석유시장에 대한 빠른 관리와 대책 마련이 어렵다.

주간보고는 1976년도에 주유소의 보고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그 주기를 바꾸는 작업이다. 1985년도에 석유공사가 관련정보를 취합했고, 2002년도 세녹스가 문제가 생기면서 용제보고만 석유관리원으로 이전 되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전달 내역의 다음달 15일 보고가 바뀌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도 도입의 배경은 2011년 9월 10월 연이은 주유소 폭발사고다. 이로 인해 석유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처벌수위와 과징금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처벌 위주의 대책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풀고자 한 의도가 7월 도입 예정인 주간 수급보고제도와 전산시스템 도입이다.

초기에는 매일 전산 보고가 구상되었지만, 지난해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과중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주간보고로 수정됐다. 하지만 주유소협회는 주간보고와 전산시스템 도입이 기존 월별보고에 비해 사업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관련 시각차가 지금 제도 도입을 놓고 주유소 동맹휴업 갈등으로 커져있는 상황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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