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 경영평가 후폭풍을 최소화해야

117개 공공기관들이 18일 일제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다. 성적을 잘 받은 기관과 기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진한 성적을 받은 곳은 후폭풍이 걱정이다. 아마도 이날 저녁 수많은 기관장과 담당 직원들이 성토의 장을 벌였을 것이다.

1984년 처음 실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공기관의 자율·책임경영체제 확립, 경영효율성 향상, 공공서비스 증진을 유도하는 제도다. 이 평가에 공공기관이 예민한 것은 그 결과를 해당 기관 인사나 임직원 급여, 정원수 조정 등 여러 방면에 지표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최하위 E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해임 건의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매녀 발표 때마다 기관들이 울고 웃는다. 문제는 당초 정책목표와 달리 이 결과들이 갖고 오는 후폭풍이다.

‘방만 경영’에 초점이 맞춰진 ‘2013년 평가 결과’ 이후 낙제점을 받은 상당 기관들이 후속 조치에 나설 것이다. 일례로 방만 경영의 주요 기준이 됐던 ‘복리후생비’는 상당수의 기관이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항목이다. 정원수를 늘리기 힘든 구조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조와의 합의에서 나온 것들이 많다.

이날 평가에서 E등급을 받은 한국거래소는 노사 공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해 D등급을 받으면서 문제로 지적됐던 복리후생비를 줄이기 위해 노사가 합의해 1인당 65%까지 삭감했으나 평가기간이 달라 반영되지 않았다. 당초 기대했던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그림의 떡’이 됐다. 앞으로 노사 양측이 해결방안을 찾으려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책에도 풍선효과가 있다. 한쪽을 누르면 또 다른 한쪽에서 터진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평가를 위한 평가에 머물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공공기관들이 단기적 성적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태를 반복할 수도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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