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알뜰주유소 3차 대전, 정유사 총력전

‘점유율 10%를 차지하는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잡는 자가 내수시장에서 승리한다.’ 전국 1000개가 넘는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따내기 위한 정유사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3차연도인 올해는 2부 시장도 삼성토탈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로 진행되면서 정유사와 석유화학회사 삼성토탈의 경쟁도 펼쳐진다. 정유사간 내수 점유율 차이가 1위에서 4위까지 순위별로 2~3% 정도로 알뜰주유소 공급권이 순위를 가르는 열쇠다. 정유사는 세계 경기불황으로 석유제품 수출이 주춤한 상태라 내수시장이라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 내일(20일) 마감을 앞 둔 알뜰주유소 공개입찰에서 공급권 확보를 위한 정유사의 총력전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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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주유소 공급체계.

◇관심 뜨거워진 알뜰주유소 공급권

지난해까지만 해도 알뜰주유소 공급권에 대한 정유사의 관심은 미온적이었다. 공급권을 확보하면 좋지만 무리하게 낮은 가격으로 마진을 줄여가며 참여할 것까지는 아니라는 게 이전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마진 줄여가면서 참여해야겠어?’라고 생각하기보다 ‘박리다매라도 공급권을 획득하는 것이 낫다’로 정유사의 입장이 바뀌었다. 배경에는 늘어난 알뜰주유소 수와 높아진 위상이 있다. 2011년 12월 처음 도입된 알뜰주유소는 6월 현재 1062개로, 시장에서 1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규모가 커진 만큼 공급권 획득 여부에 따라 내수 판도가 출렁이고 있다.

알뜰주유소 등장 이후 업계 1위 SK에너지는 경질유 내수시장 점유율이 2011년 34.8%에서 올해 1분기 28.0%로 내려앉았고, 업계 2위인 GS칼텍스도 이 기간 27.3%에서 23.7%로 하락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4월부터 수도권과 충청, 강원도 등 중부권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 중인 3위 현대오일뱅크 점유율은 20.4%에서 23.5%로 상승했다. 영·호남권을 포괄하는 남부권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에쓰오일도 15.2%에서 18.7%로 점유율이 올랐다.

정유사가 알뜰주유소 입찰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다. 정유사는 최근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세계 경기회복 둔화로 수요가 위축된 데다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도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권을 확보해도 알뜰주유소를 통해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내수점유율 관리와 향후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감안하면 알뜰주유소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동안 마진이 박한 알뜰주유소 공급권 확보에 무리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주유소 영업부서에서 내수점유율 수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1부 리그는 정유사 각축, 2부 리그는 삼성토탈 독무대

내수 유통망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열리는 알뜰주유소 공개입찰 1부 리그는 정유사의 양보 없는 경쟁이 점쳐진다. 현재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가진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수성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공급권 탈환을 위해 보다 공격적으로 입찰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해 중부권과 남부권 모두 유류공급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전례가 있는 에쓰오일의 재공세가 예상된다. 지난해 에쓰오일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중부권 공급은 포기해 현대오일뱅크가 이를 획득했다. 여기에 2년 동안 한 번도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획득하지 못한 SK에너지의 반격이 점쳐진다. SK에너지는 국내 최대 정유사로 작정하고 입찰에 나선다면 다른 정유사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3000여개가 넘는 SK에너지 폴 주유소 공급 가격과 알뜰주유소 공급가격 차이가 크면 내부 영업망 관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핸디캡이 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공급권을 획득해 일반 주유소 공급 가격도 같이 내려갔고, 정유사 마진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SK에너지가 어느 수준까지 낮춰서 들어올 것인지가 이번 입찰의 승패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내수 유통망 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석유제품 가격만으로 공급자를 선별하는 2부 리그에서는 삼성토탈의 독무대가 예견된다. 삼성토탈은 지난해 1부 시장 공급가보다 리터당 50원 저렴한 가격을 써내 한국석유공사와 수의계약을 맺은바 있다.

삼성토탈은 석유화학공정 부산물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정유사와 생산원가 개념이 다르다. 따라서 정유사는 2부 리그에도 참여는 하지만 삼성토탈과 무리한 가격경쟁까지 벌이는 것은 지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2부 리그 자체가 삼성토탈을 봐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유사가 낄 자리가 없다는 분위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삼성토탈 특혜 의혹을 제거하기 위해 2부 리그도 공개입찰로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과거 공급실적이 아닌 향후 공급능력을 참여조건으로 설정했다”며 “이는 지난해 경유를 생산하지 않은 삼성토탈이 참가할 수 있도록 봐준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석유공사]

[자료:한국석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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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석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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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알뜰주유소 3차 대전, 정유사 총력전
[이슈분석]알뜰주유소 3차 대전, 정유사 총력전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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