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형광 물고기나 거대한 참다랑어 크기의 연어, 해충에 강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농작물 등 유전자변형생물체(LMO)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생명공학과 바이오기술이 발전하면서 LMO 활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농지면적의 12.6%에서 LMO가 재배되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콩이나 옥수수 등의 LMO 식품을 섭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LMO가 안전한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식용·농업용 LMO 수입량은 888만톤으로 LMO법이 시행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에 비해 100만톤이나 증가했다.
식용은 물론이고, 사료 등에 활용하기 위한 농업용 목적으로도 많이 수입한다. 연구개발을 위한 용도로 수입하는 LMO도 있다.
LMO란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원하는 특성을 얻기 위해 유전자를 조합해 만든 유전물질을 포함한 동물, 식물, 미생물을 뜻한다. 예를 들면 해충에 강한 ‘Bt옥수수’는 ‘바실러스 튜린겐시스’라는 토양미생물의 살충성 단백질 생산 유전자를 옥수수에 삽입해 만들었다. 병충해에 강해진 덕분에 생산이 쉽고, 수확량도 크게 증가했다.
LMO는 이전에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고 불리기도 했다. 엄밀히 따지면 GMO는 유전자 변형 작물과 이를 이용한 식품으로 볼 수 있다.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GMO가 일반적으로 쓰이지만, 미국에서는 GEO(Genetically Engineered Organism) 또는 바이오텍 제품(Biotech Product)이라고도 부른다.
LMO는 농업,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역시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
LMO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식량으로서의 가능성이다. 식물의 경우 해충이나 잡초, 가뭄 등 환경요인에 대한 저항성을 키워줌으로써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부족한 영양소를 추가해 식물의 영양을 높일 수도 있다.
동물의 경우 자라는 속도를 빨리하고, 크기를 키울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형 참다랑어만한 연어 등이 대표적이다.
LMO 식품을 찬성하는 측은 식량으로 활용해 전 지구적 식량난에 대비하고, 기아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LMO 유전자가 정상 유전자를 가진 다른 생물과 섞여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생태계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현재의 해충과 바이러스에는 강하지만, 내성이 생겨 더 강한 해충이나 슈퍼 바이러스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한 차세대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바이오매스를 위한 식물 재배가 늘면서 식량 재배 면적이 줄어 곡물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LMO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가장 화두다. LMO 사용 역사가 짧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섭취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알 수 없어서다.
지난 2012년 프랑스 캉 대학 연구진은 쥐실험을 통해 제초제 내성 옥수수를 먹은 쥐들이 정상 먹이를 먹은 쥐보다 암 발생률이 높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실험에서 표본 정의와 실험방법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처럼 지금까지 LMO의 안전성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연구결과들이 있었지만, 실험과정의 오류 등으로 공식적으로 검증된 적은 없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LMO 개발과 함께 안전성 검증에 주력하고 있다. 안전성이 검증되기 전까지 LMO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도 바이오안전의정서 국제협약 이행과 함께 안전한 LMO 이용을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유전자 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이하 LMO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연구시설 승인 및 신고, 연구개발 승인, 환경 및 인체에 대한 안전성 평가 및 심사, 수입 승인 및 신고, 사후 안전관리 등을 실시하고 있다. LMO 용도에 따라 시험·연구용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농림축산용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산업용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등 총 7개 부처가 수출입 등에 관한 안전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식품에 대해서도 유전자변형식품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콩, 옥수수, 콩나물, 감자 등 모든 유전자변형농산물과 이를 원료로 한 두부, 콩가루 등의 가공식품이 포함된다.
그러나 예외규정이 많아 모르고 섭취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유전자변형농산물이 재료 5순위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엔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 또 가공 후 최종제품에 유전자변형 DNA나 외래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거나 검출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표시를 생략해도 된다. 즉 완제품에 유전자 변형 콩의 원래 성질이 없어졌다면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데, 간장이나 식용유 등이 이에 해당된다. 원료 농산물에서 유전자변형농산물이 3% 미만임을 입증한 경우도 표시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등은 유전자변형식품 표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LMO 사용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인정하지만, 소비자 알권리와 선택권을 위해 완전표시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