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업계, 한 목소리 "인력 양성 절실... 정책 개선 요구"

반도체 설계를 가르치는 대학교수 A씨는 걱정이 많다. “가뜩이나 반도체 설계는 3D(Dirty·Difficult·Dangerous) 업종이라는 편견이 있다”라며 “게임 등 소프트웨어 산업이 뜨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업체 B사는 한 달이 넘게 설계 엔지니어를 모집 중이다. 처음엔 경력직만 뽑으려 했으나 최근 비경력자로 범위를 넓혔다. B사 대표는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울상을 지었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한 축인 팹리스는 설계 전문 인력이 핵심이다. 하지만 인력 풀 자체가 좁은데다 그나마 석박사 등 우수 인재는 국내외 대기업·연구소로 향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핵심 인력 확보가 필수 조건”이라며 “인력 쏠림 현상도 문제인데다 어렵사리 채용해도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지원은 거꾸로다. 올해 시스템반도체 설계인력 양성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총 45억원으로 지난해 60억원보다 15억원 감소했다. 반면에 수행기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두 곳에서 ETRI·KAIST·전자부품연구원(KETI) 등 세 곳으로 늘었다. ETRI는 26억원, KAIST는 14억원을 배정 받아 각각 35%, 30%씩 감액됐다.

팹리스 업체들은 최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간담회에서 시스템반도체 인력양성 사업 등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 양성이 주된 화두였다”라며 “신제품·신사업 연구개발(R&D)을 추진하려 해도 당장 투입할 인력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서 팹리스들은 산학 연계 인재 육성, 고급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이적료 등 제도 개선책을 제안했다. 또 다른 팹리스 업체 대표는 “인력을 뽑아도 업계가 필요한 수준의 설계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다수”라며 “애써 가르쳐놔도 대기업 등으로 이직해 인력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인력 양성뿐 아니라 수출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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