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통신(ICT) 산업 수출액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기술무역에서는 만년 적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으려면 상품 수출 못지않게 기술 무역 수지 개선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최근 작성한 기술무역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 57억4100만달러의 기술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수지비는 0.48로, 외국에서 10개 기술을 도입할 때 5개 기술도 수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OECD가 2011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2013년 초까지 취합한 통계에서는 우리나라 기술무역수지는 31개국 중 취하위인 31위를 기록했다. 상위 3개국은 미국, 일본, 영국이 차지해 기술무역선진국 위상을 보였다. OECD 전체의 2012년 통계는 아직 취합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 기술무역 규모는 163억6300만달러, 수출액 53억1100만달러, 도입액 110억52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기술수출액이 전년도 40억3200만달러보다 31.7% 증가해 최고치를 찍었으나 여전히 적자 폭이 컸다. 기술무역 수지비는 0.41에서 0.48로 개선됐다. 사상 최고 수출액을 경신하고도 적자를 탈출하지 못한 셈이다.
기관별로는 대기업, 산업별로는 전기전자 산업에서 기술수출이 많았지만 기술도입이 훨씬 많았다. 대기업은 전체 기술수출액 중 75%에 기여했으나 기술도입액에서는 그보다 많은 91.7%를 차지했다. 전기전자 산업은 전체 기술수출액의 38.2%를 수출했지만 역시 전체 중 58.8%에 해당하는 기술도입액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무역 구조가 대기업·전기전자 산업 위주임을 감안하면 무역 규모가 커질수록 기술무역에 불리하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기술무역이 나아가야 할 길’ 보고서에서 기술무역 확대 제약 요인으로 △기술혁신 예산 부족과 중소기업 지원 미비 △핵심 과학기술 인력 수급 불균형 △기술개발 및 상용화 종합 지원체계 미흡 △과학기술 인프라 질적 수준 열악 등을 들었다.
특허 건수는 늘었지만 핵심·원천 특허 등 양질의 성과 창출이 미흡했다. 기술도입액 중 40억5500만달러가 특허사용권으로 나가 가장 높은 비중(36.7%)을 차지했다. 올해부터 기술무역통계를 작성하는 산업기술진흥협회 관계자는 “소재부품 분야 등에서 핵심기술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해당 통계 작성에 참여한 STEPI 관계자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산업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며 “상품 무역 위주의 성장 패러다임 전체에 걸쳐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