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영통합을 선언한 세계 반도체 장비업계 1, 3위 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AMAT)와 도쿄일렉트론(TEL)의 국내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수요 기업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인수합병(M&A)에 국제 공조 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연이어 밝히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 업계 및 관계 기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AMAT와 TEL의 기업결합 보고서 검토를 마친 후 현재 추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AMAT와 TEL은 지난해 9월 경영통합 계획을 밝힌 후 한국을 비롯한 미국·대만·일본 등 6개국 규제당국에서 결합 심사를 밟고 있다. 한국 공정위에도 지난해 11월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다. 당초 최초 보고서 검토 기간이 3월 중순으로 끝나면서 이르면 상반기 결과 발표도 점쳐졌으나 현재 분위기로는 3분기 이후에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AMAT와 TEL이 합병하면 전체 반도체 장비 시장 기준으로는 합산 점유율이 50%를 밑돌지만 주요 공정별로는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수요 기업인 종합반도체회사가 양사 합병을 우려하는 이유다. 경쟁사인 중소 장비업체도 시장 진입 장벽이 한층 높아지는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결합 심사가 승인되지 않도록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반대 건의문을 내는 등 집단행동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AMAT·TEL 결합심사를 조건부 승인도 아닌 전면 불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다만 회사마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상이해 대응 수위는 조금씩 다르다”고 전했다.
전체적으로 양사 합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공정위도 글로벌 M&A 심사를 신중히 한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어 심사 결과 확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을 수립하면서 해외 경쟁당국과 공조해 글로벌 M&A 심사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정한 바 있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노대래 공정위원장이 AMAT·TEL 합병 등을 예로 들며 외국 경쟁당국과 공조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 경쟁당국과의 공조는 심사를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라며 “AMAT·TEL 결합 심사 일정은 확정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