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승계, 그룹구조 개편 등 그룹 내 산적한 현안들 어떻게 처리되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 문제로 그룹 전반에 한차례 비상이 걸리면서 그룹 3세 경영권 승계 문제를 포함해 그룹이 처한 수많은 현안에 관심이 쏠렸다. 삼성서울병원 측에서는 뇌손상 등 후유증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술 내용 등 이 회장 건강과 관련된 소식을 볼 때 단기간에 경영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지난달 귀국 후 5일 만에 출근경영을 재개하며 현안 풀기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건강 문제가 불거면서 의료진은 극도의 안정을 요구할 것으로 점쳐졌다.
현재 그룹 내 가장 큰 관심사는 최근 본격화한 경영권 승계 작업과 지배구조 변화다. 지난해 9월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양수를 시작으로 이달 9일 삼성생명의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 매입 등 최근 경영권 승계 작업과 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은 빠르게 진행됐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재계 및 증권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담당 사장에 대한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적어도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충분한 지주회사 및 중간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자금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과 그룹에서 시나리오별로 승계구도를 그려놨겠지만 그룹 핵심 계열사의 합병과 삼성SDS의 상장 등의 경우와 같이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변수가 불가피하다. 후계구도를 그려왔던 이 회장의 판단과 결정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이 빠르게 회복된다면 병원에서 방향을 잡아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승계 작업이 늦어지거나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차세대 먹거리 발굴 등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처리해야 할 현안도 마찬가지다. 혁신 부족 지적이 끊이질 않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 S5’를 계기로 이른 시일 내에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 대안이 불투명하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세대 비즈니스로 ‘헬스케어 사업’을 거론하면서 육성 의지를 다시 천명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태다.
일련의 상황을 극복하고자 이 회장은 ‘마하경영’을 화두로 던졌다. 제트기가 음속(1마하)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설계도는 물론 엔진·소재·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는 것처럼 삼성도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에 다름 아니다. 21년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 후 던진 화두로, ‘신경영 2.0’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말 임원들이 ‘마하경영’을 주제로 강의를 듣고 지난 3월에는 그룹 사내매체를 통해 마하경영을 조명하며 조직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달에는 조직 변화도 뒤따랐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마하경영을 빠르게 실행하라는 의미의 핵심 인력을 이달 초 배치했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인력을 대거 삼성전자로 이동한 것으로, 그동안 삼성 인사 관행에 비춰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삼성그룹측은 “삼성전자가 마하경영을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경영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지원에 충실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이 회장의 건강 문제가 앞으로 삼성그룹 경영에 적지 않은 변화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그룹 측은 이 회장의 건강상태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이 회장이 출근해 직접 경영을 챙겨왔다”며 “한동안은 (경영 공백에 따라)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후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