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애플, 삼성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할 듯

특허침해 소송, 1심 평결이 5일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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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침해 소송 1심 평결이 5일(현지시각) 확정된 가운데 애플이 삼성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진행할 전망이다.

외신은 삼성의 해당 침해 모델이 모두 판매되지 않는 구형이지만 판매금지가 걸리면 신제품 공격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 포스페이턴츠 등의 매체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 1심 재판 평결이 확정됐으며 이에 따라 애플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건을 심리한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 배심원단은 양쪽 모두 상대편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고 보고 지난 2일 ‘쌍방 일부 승소’ 평결을 내렸다. 1심 평결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세 개,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한 개 침해한 것으로 나왔다.

◇외신 “애플, 단종모델에 판금 걸어 삼성 신제품도 공격할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삼성의 특허 침해 제품에 대한 판매 중단 명령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1차 특허소송 이후 연방법원이 애플의 판매 중단 요구를 거부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이번에도 결과는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법원은 제품 판매는 자유로운 시장 논리에 맡기는 편이 맞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하지만 애플은 1차 소송 때와 달리 판매금지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전 세계적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2013년 기준 79%)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애플 아이폰 점유율은 작년 15%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4%포인트(P) 떨어졌다. 이에 판금 소송이 아니고서는 시장 판도를 뒤집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애플은 1심 진행 중에 배심원단에 ‘스마트폰 기술의 소비자 수요조사 결과’를 제출했다. 이 조사는 애플이 존 하우저 MIT 교수를 내세워 실시했으며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기능이 구체적으로 소비자에게 어떤 구매 행위를 유도했는지를 적시했다.

조사는 특히 삼성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술에는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통계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는 점을 포함하고 있다. 갤럭시 제품이 애플의 특허를 베낀 덕분에 미국 시장에서 잘 팔렸다는 게 요지다. 법원은 해당 보고서를 정식 증거로 채택했다. 삼성 측 변호사는 소비자 구매 활동에 가장 큰 결정인자는 삼성 브랜드라고 반박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 애플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 삼성의 제품은 현재 아예 판매되지 않고 있는 모델이지만 애플은 이 점을 개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1차 소송 이후 삼성에 제기한 판매금지 소송 당시에도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특정 모델이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필요성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삼성은 신제품을 자주 출시하고 있으며 특허를 침해한 제품을 변형해서 새 제품을 내놓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판매금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지스터 등 IT전문 매체는 “구형 단말기에 판금 결정이 내려지면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심원단이 갤럭시S3가 갤럭시S2의 업그레이드 모델이라고 여긴다면 갤럭시S4나 갤럭시S5도 얼마든지 연장선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양사 침해 인정된 특허는 어떤 특허?

1심 평결에 따르면 애플이 주장한 다섯 개 특허 중 삼성이 침해한 특허는 데이터 태핑(647특허), 밀어서 잠금해제(721특허), 자동정렬(172특허) 세 개다.

데이터 태핑은 문서에서 전화번호를 터치하면 바로 전화가 걸리는 식의 기술을 말한다. 밀어서 잠금해제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이며 자동정렬은 문자를 입력할 때 오타 등으로 잘못된 단어가 입력돼도 시스템이 올바른 단어로 자동 수정해주는 기술을 말한다.

자동정렬 특허는 이미 재판부에 의해 침해 판단이 내려진 상태에서 재판이 이뤄졌기 때문에 배심원단은 손해배상액만 판단했다.

삼성이 벌인 반소 소송의 특허 두 개 중에서는 디지털 이미지 및 음성기록 전송(449특허) 기술이 침해를 인정받았다. 449특허는 이미지를 분류해 저장하는 방법과 관련된 기술로,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 파일을 폴더에 저장했을 때 파일의 목록과 이미지 개수가 표시된다.

특히 삼성은 누구에게나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표준특허가 아닌 ‘비표준 상용특허’로 틈새 공략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449특허는 비표준 상용특허다. 삼성은 1차 소송 때까지 주로 필수표준특허(SEP)를 무기로 애플을 상대했지만 오히려 유럽에서는 표준특허로 판매금지 소송을 거는 것이 공정거래에 위반된다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특허소송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토마스 던험 배심원단 대표는 평결 확정직후 “소송을 벌일 경우 엔지니어들이 변호사와 답변서를 준비하는 등 일에 시간을 많이 뺏기게 돼 결국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재판이 이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애플과 삼성전자 양 측의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몇 달 뒤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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