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컴퓨터만 잘 다룬다고 생각하면 해외에서 SW 개발자로 활동하기 힘듭니다. 언어도 걸림돌이 되죠.”
SW기업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개발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일본시장에서 한국인 IT개발자로 활동하는 이승용 오리콘 IT 총괄은 ‘SW 인재의 한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다.
오리콘은 일본 음악 인기차트를 중심으로 음악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 견줄 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보아,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 등 K팝과 한류스타의 앨범도 오리콘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총괄은 오리콘의 신기술담당으로 오리콘 내 IT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다. IT계의 한류 바람을 일으키는 셈이다.
“2005년 오리콘과 제가 몸담고 있던 국내 SW 개발사가 제휴해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연결해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 데 IT기술자가 필요했습니다. 전 직장 대표가 일본에 와 있던 저를 추천해 오리콘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당시 애플이 일본에서 아이튠스 서비스를 출시하기 직전이었다. 오리콘에서는 이를 대항해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를 출시해 사회적 선풍을 일으켰다. 이 총괄은 스티브 잡스의 일본 공략에 맞서 우리 기업과 손잡고 해외 사업을 전개하는 모습에 오리콘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합류에 응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 콘텐츠를 오리콘에서 많이 다루기 때문에 한류를 최일선에 느낄 수 있다”며 “한류 덕분에 우리나라를 좋아하는 일본인이 많아 개발자로서도 덕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콘에서 주로 SW 개발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마케팅 정보 서비스, 시스템 통합 등 프로젝트에 참가해 그룹사에서도 여러 번 이동하게 됐죠.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사내외 직원들과 함께 일해 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총괄은 지난해 새롭게 조직된 오리콘 본사 IT관리본부에서 일하게 됐다. 예전보다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최근 소통의 방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인 IT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소통 능력은 빼놓을 수 없다”며 “다양한 공적, 사적 모임에 참가해 친교를 다지는 것이 직장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총괄은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한 ‘준비된 개발자’가 아니다. 국내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현지 취업을 하게 됐다. 어려움도 많지만 글로벌 SW 개발자의 꿈을 가진다면 항상 길은 열려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해외에 처음 와서 SW 개발자로 컴퓨터만 상대하다 보면 인맥도 언어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다”며 “일부러라도 사람과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