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황 회장 KT 체질 개선 긍정적이지만 혁신 청사진 미흡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1월 27일 취임하며 “KT 주력인 통신을 다시 일으키고, 융합의 영역으로 발전시켜 1등 KT를 만들 것”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통신’을 복원하고 ‘융합’으로 KT 혁신을 도모하겠다고 다짐한 황 회장 취임 이후 100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황 회장이 지난 100일간 비상 경영, 책임 경영, 현장 경영 등을 역설하며 KT 개혁과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상당하다. 하지만 황 회장이 KT 혁신에 대한 청사진은 물론이고 1등 KT를 견인할 미래 비전을 아직 완벽하게 내놓지 못했다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황 회장이 돌발 악재로 현안 처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쉽다는 것이다.

황 회장 취임 이후 KT는 자회사 KT ENS 대출사기, 고객 개인정보 유출, 불법 보조금에 따른 사업정지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회장이 내건 1등 KT를 위한 구상은 KT 임직원 지지는 물론이고 변화를 유도했다. 기대감도 상당했다.

이는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 결과다.

KT 경쟁력 요체인 통신과 무관한 이종 영역으로 확장만을 일관한 전임 경영진의 전략에 반감과 피로감과 함께 KT가 처한 상황이 최악이라는 판단이 중첩된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해 매출 23조8106억원, 영업이익 8393억원, 순손실 6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은 30.6%P 줄고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 창사 이래 최초의 영업적자를 기록됐다. 1분기 실적도 저조했다.

당장의 실적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돌파구가 여의치 않다는 위기의식도 혁신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전통적으로 KT 효자 사업인 유선 부문 침체는 지속되고, 반전의 여지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선 부문 또한 하락세다. 4세대(4G) LTE 시장에서 고전과 영업정지 등으로 인해 시장점유율 30%가 붕괴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고의 품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시장에 먼저 제공하고,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융합서비스로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며, KT의 성공스토리로 글로벌 시장을 리딩하겠다는 황 회장의 혁신 의지는 KT 임직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와 다른 평가도 나온다.

KT 미래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핵심이다. 비상 경영, 책임 경영, 현장 경영 등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때문에 황 회장의 혁신 의지가 자칫 ‘장밋빛’ 구호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황 회장이 취임 이후 100일간 혁신을 위한 기본 골격을 세운 시기였다면, 앞으로 보다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황 회장이 KT 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방향성이 필요하다.

이게 전제돼야 KT 임직원의 지지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황 회장이 눈앞의 과제인 이통시장 점유율 30% 회복에 대한 목표라도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황 회장이 역설한 1등 KT를 위한 통신 본연의 경쟁력 회복에 절호의 기회이자 분수령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황 회장이 1등 KT를 위한 구체화된 목표와 로드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라는 요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통신의 본원적 경쟁력을 되찾기 위한 전략은 물론이고 융합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실천 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 개척 방안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목표는 임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자극제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신하는 전환점으로, KT 역량을 결집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KT 혁신을 위한, 1등 KT를 선언한 황 회장의 100일 이후 최우선 과제가 그동안 ‘총론’ 에서 ‘각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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